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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감독 "사퇴? 운동장 갔더니 다 결정됐더라"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9-18 23:41


김학범 전 성남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자진 사퇴? 아침에 운동장 갔더니 다 결정됐고, 통보하더라."

말이 다르다. 성남FC는 분명 '자진사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12일 '김학범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다. 함께 팀을 이끌었던 코치들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니란다. '이미 정해진 결정을 통보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사실 발표 때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아직 '성적부진'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김 감독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었다. 받지 않았다.

며칠 뒤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김 감독은 "혼자 생각할 게 많아서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물었다. "뭐, 그런거지"라고 했다. 더 캐물었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침에 운동장에 나갔더니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벌써 누가 누가 온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었고, 구단에서 '경질' 결정을 전했다."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런데 코치들까지 다 '짜르는' 건 너무 한거 아닌가. 구단에서 코치들에게도 통보하겠다고 하길래, 내가 말하겠다고 했다." 모든 게 구단의 결정이었고, 통보였다는 것이다.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지난 겨울부터 선수단 구성을 하는데 구단에 요청을 해도 시간만 끌고 해주질 않더라. 구단 직원들도 '짜르는' 데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누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사실 많이 힘들었다. 더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 계약기간까지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었다"고 했다. "그런데 위쪽에서는 내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이미 밖에는 '재계약은 없다'는 소문이 다 퍼져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이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도 했다.

'성적부진'에 대해서는 "티아고와 (윤)영선이가 빠진 게 컸다. 그래도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7위로 떨어진 거다"라고 했다. 구단의 '사퇴' 발표 때 성남은 7위에 처져있었다. 김 감독은 "집에 제대로 들어간 날도 별로 없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더 열심히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구단측의 설명을 들어봤다. 구단측은 "감독님과 잘 협의를 해서 헤어지기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양측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진 사퇴'는 아니다.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것이 맞아 보인다.


'사퇴'든 '경질'이든 결과는 똑같다. 감독이 그만두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소재'에서는 차이가 있다. '사퇴'는 모든 책임을 감독이 떠 안는다는 의미가 크다. 구단은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 진다.

어차피 '감독 선임'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김 감독이 2014년 시민구단 전환으로 갈팡질팡하던 성남의 중심을 잡았다고 해도, 그 해 FA컵 우승의 기적을 만들었다고 해도, 지난해 예상을 뒤엎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의 선전을 펼쳤다고 해도, K리그 클래식 5위의 성적표를 받았다고 해도, 구단에서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생살여탈권'은 구단에 있다. 최종결정권자는 구단주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모범답안'이란 말을 듣는 성남이다, '소통'과 '공정'을 강조하던 성남이다. 그렇기에 '이별의 과정'에 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성남은 17일 '깃발더비'에서 이겼다. 구상범 감독대행 체재로 수원FC를 2대1로 눌렀다. 경기를 앞두고 또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의 'SNS 설전'이 이어졌다. '성남이 달라졌다'는 말도 나왔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이미 없는 듯 하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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