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에이스' 정영식의 한가위 다짐 셋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6-09-12 21:09


스포츠조선DB

2016년 8월. 스물넷 청년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작열했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정영식은 남자 탁구 단식 4라운드(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마롱(중국)을 상대로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높았다. 정영식은 마롱에게 세트스코어 2대4로 역전패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를 악문 정영식은 단체전에서 설욕을 노렸다. 정영식은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 첫 단식에서 바스티안 스테거를 물리치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한 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동시에 한국 탁구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노메달에 그쳤다. 정영식은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았다. 대신 4년 뒤 도쿄올림픽을 기약했다. 그렇게 정영식의 여름은 저물었다.

계절이 바뀌었다. 보름달만큼 풍성한 한가위가 찾아왔다. 그러나 정영식의 훈련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치열하고 혹독해졌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부딪치며 배우고 느낀점이 많았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한 정영식은 아예 한가위 연휴도 반납한 채 훈련에 몰두할 계획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뉴 에이스에서 진정한 승부사로 거듭나는 것. 정영식은 "이번에는 '올림픽 신인'이었다. 긴장돼서 형들에게 많이 의지했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다른 선수들이 내게 의지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4년 동안 채워야 할 것들도 빽빽하게 적어뒀다. 그는 "근력이 부족하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하게 할 생각이다. 기술적으로는 포핸드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목표다. 정영식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돌아보니 나는 경기를 즐기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마인드컨트롤도 훈련이다. 습관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식의 '탁구 리스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대회를 치르면서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느꼈다. 훈련량과 비교해 경기 수가 적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국내리그는 물론이고 중국 및 유럽리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실제로 정영식은 리우올림픽 직후 중국과 유럽의 팀들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훌쩍 성장한 '뉴 에이스' 정영식은 이제 더욱 구체화된 큰 목표를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한 내일이 그의 가슴을 꽉 채우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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