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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보다 아들이 제일 무서워요."
정조국은 리그 16호골을 올리며 득점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정조국은 "사실 득점왕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다. 팀의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며 "물론 공격수로서 골이 중요하지만 팀이 패한다면 무의미하다"고 했다.
덤덤하게 말을 잇던 정조국.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참, 올해는 득점왕 욕심을 좀 내야겠어요." 이유가 있었다. 일곱살 아들(정태하 군) 때문이다.
32세의 정조국은 광주의 최고참급 선수다. 선수단에서 크게 눈치를 볼 위치가 아니다. 하지만 집에선 다른 모양이다. 정조국은 "정말 농담이 아니라 태하가 나를 강하게 다그친다"며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지도자들 보다 아들의 한마디 말이 더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득점왕' 아버지를 보고 싶은 정태하 군의 열망. 자못 진지하다. 정조국은 "8월 초 성남 티아고가 중동으로 이적한다니까 태하가 엄청 좋아했다"고 했다. 올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로 이적한 티아고는 당시 리그 13골로 유력한 득점왕 후보였다. 태하는 티아고가 아버지의 득점왕 등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정조국은 "처음에 티아고 이적 소식에 왜 그렇게 좋아하나 싶었다"며 "알고보니 그런 이유가 숨어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 이야기에 흐뭇해하던 정조국, 이내 진지해진다. 정조국은 "개인적인 성취도 좋다. 하지만 결국 팀이 잘 돼야 한다"며 "현재 광주는 상위와 하위 스플릿의 경계에 걸쳐있다. 한 경기, 한경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K리그가 어느덧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정조국은 지난 겨울의 기억을 계속 곱씹는다. 정조국은 "지난해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큰 결심을 품고 광주에 왔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들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잘 마치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프로의 세계"라며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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