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는 변화무쌍하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골을 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줄다리기는 공간 침투와 오프사이드 트랩 등 수많은 전술로 변화했다.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얻어내려는 '연기자들'의 몸짓도 더욱 화려해졌다. 90분 내내 긴장 속에 판정을 내려야 하는 그라운드의 판관들이 고달픈 이유다. 하지만 승패가 갈리는 그라운드에서 판정의 힘은 절대적이다. 국제무대에서 주로 이뤄지는 6심제 도입, 골라인판독 기술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FC서울 수비수 곽태휘가 4년 만의 K리그 무대 복귀전에서 '오심 피해자'가 됐다. 곽태휘는 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에서 4-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50분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서울 진영 왼쪽 측면으로 볼을 몰고 들어오던 전남 공격수 마우링요가 왼발로 찬 볼이 곽태휘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라인 밖으로 흘러 나갔다. 평범한 코너킥 상황처럼 보였던 이 장면에서 우상일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마우링요가 찬 볼이 곽태휘의 손에 볼이 맞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볼은 마우링요를 막다가 주저않은 곽태휘의 왼쪽 허벅지에 맞았을 뿐, 손 근처에 닿지도 않았다. 억울하게 페널티킥을 내준 곽태휘는 우 주심에게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우 주심은 항의를 이유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곽태휘는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2012년 울산 현대 시절 이후 4년 만에 다시 K리그 무대로 돌아온 곽태휘의 복귀전은 명백한 오심에 의한 불명예스런 퇴장으로 얼룩졌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이 일찌감치 4골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 시점이 되다보니 주심이 분위기에 휩쓸린 것 같다"며 "해외무대서 오랜만에 K리그로 복귀한 대표팀 선수가 이런 오심에 의해 퇴장을 당한다면 과연 무슨 생각이 들겠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프로연맹)은 매 라운드 뒤 경기평가위원회를 통해 경기 영상을 분석한다. 헐리우드 액션이나 지저분한 반칙엔 추가 징계라는 철퇴를 내리지만 억울하게 카드를 받은 선수들은 '사후 감면'으로 구제해주고 있다.
K리그 주심들은 매 시즌을 앞두고 체력테스트 및 실전 평가 등을 거쳐 선발된다. 그러나 매 시즌 오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 대신 문제 심판 퇴출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경기평가위원회는 선수 뿐만 아니라 심판들의 판정도 체크 중이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징계 대상 심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번 꺼내든 카드는 번복할 수 없다. 판정을 결단하는 심판에 대한 예우다. 그러나 잘못 꺼내든 칼날에 선수는 오랜기간 상처를 떠안을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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