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바도르]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손흥민 효과', 그래서 피지전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03 19:22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손흥민, 박용우가 1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피투아쿠 경기장(Pituacu stadium)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6.8. 01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기류가 바뀌었다.

손흥민(24·토트넘)이 피지전에 출전한다. 손흥민은 5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각) 사우바도르 폰테 노바 아레나에서 피지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부터 출격하기로 했다.

그는 1일 결전이 열리는 사우바도르에 입성, 신태용호와 처음 만났다. 시간이 많이 필요치 않았다. 3일 에스타디오 마노엘 바하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정상 훈련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당초 컨디션 조절과 100% 전력을 숨기기 위해 손흥민을 피지전에 결장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인도 원했고, 감독의 생각도 달라졌다. 신 감독은 "흥민이가 호주에서 오는 데 36~37시간 걸려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몸이 좋아 보였다. 미팅을 했는데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 후반 교체 투입을 통해 현지 적응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손흥민은 호주에서 열린 2016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을 통해 예열을 마쳤다.

손흥민도 "몸 상태는 좋다. 프리시즌을 뛰면서 체력을 많이 끌어올렸다. 선수들과 훈련을 통째로 같이 한 것은 처음이지만 기분이 좋다. 감독님도 훈련에 앞선 식사 자리에서 '(피지) 후반전 뛸 수 있겠니?'라고 물으셨는데 '나도 팀원으로서 경기에 뛸 수 있는 것은 환영'이라고 말씀드렸다"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감독님과 평소에도 몸 상태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대회가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니 결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한 후 미소를 지었다.

존재감의 단면이다. 현장에서도 '손흥민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름값은 단연 으뜸이지만 벽이 없다. '까칠'과도 거리가 멀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지만 사실상 와일드카드가 아니다. 23세 이하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고, 오랜 유럽생활로 '서열주의'도 없다.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선다. 훈련장 밖에서는 수다스럽고, 안에서도 해맑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고정관념도 무너졌다. 문창진(23·포항)은 "흥민이 형은 과묵한 스타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한테 먼저 다가오고 빨리 적응하려고 한다. 선배로서 말도 많이 해주려 한다. '팀에 늦게 합류한 만큼 많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꿈이었다'는 얘기도 해주셨다"며 웃었다. 한 살 많은 석현준(25·FC포르투)도 마찬가지다. 그는 "흥민이가 워낙 분위기 메이커다. 흥민이가 온 후 와일드카드와 기존 선수들 사이가 더 좋아졌다.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졌다. 서로 많이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은 예외다. 손흥민의 룸메이트이자 '방졸'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다.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손흥민은 대놓고 사과를 했다. "시차적응이 아직 안돼 야밤에 일어나는 일이 많다. 희찬이한테는 좀 미안하다(웃음). 그러나 함께 분석하면서 어떻게 압박할 것인지 서로에게 편한 부분을 많이 얘기했다. 희찬이를 도와주면서 나도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모든 선수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물론 황희찬도 싫치 않은 눈치다. 그는 "형과 스웨덴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수비적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 더 완벽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간을 좁혀 그 안에 상대를 넣으면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자랑'했다.


신태용호는 지난달 31일 스웨덴과의 최종리허설에서 3대2로 역전승하며 기분좋게 상파울루 전지훈련을 마감했다. 손흥민은 스웨덴전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영상 분석 후 막내와 의견을 나눴다. 그만큼 그는 적극적이다.

다만 경기에 접근하는 방향은 진지하다. 공수표는 없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묵직한 멋이 있다. 손흥민은 피지전에 대해 "다득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승점이다. 선수들이 이런 큰 대회는 처음이라 첫 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 피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른다. 승점 3점을 먼저 생각하는 게 오산일 수 있다. 공은 둥글다"며 "초반부터 피지가 아무 것도 못하게 압도하면서 선제골을 넣는 게 목표다. 분석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지만 사실경기하는 것 자체를 보기 힘든 팀이 피지다. 우리가 본 것처럼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계했다.

주장 장현수(25·광저우 부리)와 함께 손흥민에게도 리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사우바도르(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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