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풀백' 정 운, 자책한 사연은?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8-03 19:22


정 운이 6월 2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공을 옆구리에 낀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 잘못이 큰 것 같아요."

정 운(27)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자랑 가득해야 할 인터뷰가 온통 자책으로 채워졌다. 왜 그랬을까.

기록을 보자. 정 운은 제주의 왼쪽 풀백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9경기에 나섰다. 1골-5도움, 정 운이 기록한 공격포인트다. 문제는 커녕 포지션을 감안하면 대단히 뛰어난 활약이다. 특히 어시스트에 있어서는 풀백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움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은 죄다 공격수다. 도움 5개 이상 올린 수비수는 정 운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정 운은 한사코 잘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되나 싶다"는 말까지 했다. 처음에는 겸손의 표현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진심 자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왜?

답은 간단했다. 수비 이야기다. "제주는 최다실점 팀이다." 맞다. 제주는 23라운드까지 치러진 K리그 클래식에서 39실점을 허용했다. 최하위 팀 수원FC(35실점)보다 더 많은 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정 운 탓만 할수는 없다. 수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사코 제 탓이란다. 정 운은 "제주는 공격적인 팀이다. 그래서 공격 가담과 오버래핑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풀백은 수비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격도 하면서 수비에도 틈이 없어야 하는데 솔직히 내가 위치를 못 잡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실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수비에 공격 가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정 운의 숙명. 활동량이 많은 그에게 한 여름 무더위는 가장 큰 적이다. 허나 어쩌랴. 답은 하나다. 더 강해져 스스로 이겨내는 것 뿐이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감독님의 배려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오는 만큼 더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며 "사실 공수를 오가는 게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이 악물고 더 강한 체력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제주(승점 31)는 현재 리그 6위.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이다. 발걸음이 분주하다. 제주의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FA컵에서 이미 탈락한 터라 리그 3위 안에 들어야 ACL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다행히 3위 상주(승점 35)와의 승점차는 불과 4점차. 아직 희망이 있다.


정 운은 "ACL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선수 시절 동안 단 한 번도 밟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뛰고 싶은 대회다. 팀이 꼭 다음 시즌 ACL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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