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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선두' 정조국 "광주, 결코 약하지 않아"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7-24 22:02


정조국이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광주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에요."

정조국(32·광주)의 목소리는 의외로 덤덤했다. 정조국은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정조국의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한 남기일 광주 감독의 배려였다.

정조국은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7분,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K리그 득점왕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조국은 교체 투입 4분만에 정호정의 롱패스를 감각적인 터치로 잡아 상주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리그 14호골. 정조국은 2010년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작성했던 한 시즌 개인 최다골(13골) 기록을 경신했다. 겹경사도 있었다. 리그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서는 의미있는 골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감회 어린 순간.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팀을 먼저 이야기 했다. 정조국은 "그저 열심히 했고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 해서 얻운 성과가 절대 아니다. 모두 팀원들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광주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결코 약한 팀이 아니"라며 '광주의 힘'을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득점왕 야망을 충분히 품어볼만한 상황. 단독 선두로 올라선 데다 득점왕 경쟁자였던 티아고(13골)가 K리그(성남)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리그 알 와흐다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막 들려왔다. 게다가 3위를 달리고 있는 잠재적 라이벌 아드리아노(서울·11득점)은 이달 초 징계로 6경기 출전 정지 중이다.

하지만 '득점왕' 화두에 정조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록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팀의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격수로서 골은 기본이자 의무"라고 했다. 개인 타이틀 획득을 위한 득점이 아닌 팀 승리를 위한 골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올시즌 화려하게 부활한 정조국. 오늘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난 시즌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당시 힘들었던 정조국의 가슴을 뒤흔드는 한마디가 있었다.

"아빠 왜 안 뛰어?"


아들 태하 군의 천진난만한 한 마디 물음에 아빠는 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조국의 광주행이 결정됐다. 새로운 각오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광주의 새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꼬리표 처럼 따라붙었다. '광주는 정조국을 품기에 작은 둥지가 아닌가'라는 의구심 어린 시선 속에 출발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조국은 확고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뒤에는 '아무래도 전성기 때 보다는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었다. 힘들 때마다 정조국에게 힘을 준 것은 가족이었다. 사랑하는 아내 김성은과 아들 태하가 새 출발의 선상에 선 가장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조국은 "분명 어려운 상황들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 전폭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덤덤하기만 했던 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진 유일한 순간이었다.

결국 정조국은 불과 반년 만에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정조국의 활약을 두고 '군계일학'이라고 평한다. 그만큼 광주의 전력이 다른 K리그 클래식 팀들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조국은 "물론 광주가 강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강한 전력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광주는 재능이 많은 젊은 선수들이 열정을 다 해서 뛰는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정조국은 "모든 프로들이 열심히 뛴다. 그런데 광주 선수들은 그 이상이다. 선수 전원이 간절함을 품고 땀을 흘린다"며 "그라운드에서도 동료들의 헌신이 있기에 내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정조국의 머릿속은 오직 팀 생각 뿐이었다. "나는 이제 마무리를 향해 가는 선수다. 그러나 우리 팀 선수들 대다수는 미래를 향한 꿈을 꾸고 있다"며 "이 선수들이 더 밝은 빛을 볼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형님의 든든한 다짐. 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광주 투혼의 출발점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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