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모든 선수들이 수훈선수입니다."
누가 봐도 '치킨게임'이 예상됐다. 같은 프로라도, 부천이 아무리 챌린지 상위권(4위)에 포진해 있더라도, 전북은 클래식 무패(10승9무) 팀이었다. 선수단 몸값과 구단 운영비를 비교하더라도 족히 7~8배는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변이 넘치는 무대가 FA컵이다. 그 이변이 현실이 됐다. 송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날 부천 선수들의 투지를 깨운 건 다름아닌 '억울함'이었다. 전반 25분 전북 김신욱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 부천 선수들은 땅을 쳤다.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부천 골키퍼 류원우가 공을 쳐낼 때 차징 파울이 불리지 않은 뒤 김신욱에게 헤딩 골을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부천 선수들은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한 선수는 인플레이된 상황에서 공을 그대로 사이드라인으로 차내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분위기는 후반 19분 부천으로 넘어갔다. 전북의 장윤호가 부천 공격수를 저지하다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수적 우세를 점한 부천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보다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다 실점 장면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일 뿐이었다. 부천은 빠른 역습이란 칼날을 세웠다. 그리고 후반 21분 이학민이 20m 돌파 이후 천금 같은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후 부천은 침착하게 전북의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류원우 골키퍼의 선방이 눈부셨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낸 선방이 많았다. 부천의 환상적인 카운터 어택은 전북에 또 한 방을 먹였다. 후반 45분이었다. 바그닝요가 최종 수비수까지 따돌리고 가볍게 전북의 골문을 갈랐다. 결승골이었다.
부천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추격을 당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전북의 파상공세를 버텨내 '대어'를 낚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송 감독은 "나는 팀이 하나게 되게끔 도와줄 뿐이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송 감독은 자신을 행복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유는 열심히 하는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부천이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자격도 있고 스포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절대 자신들에게 실망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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