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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이탈리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혈전이었다. 그리고 명승부였다. 마드리드의 양 팀이 유럽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8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치렀다. 90분내 승부를 내지 못했다. 연장까지, 그리고 승부차기로 갔다.
경기 전날이었다.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세트피스였다. "세트피스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지단 감독의 말대로였다. 전반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세트피스는 날카로웠다. 키커가 날카롭게 올렸다. 2선에서 갑자기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았다. 전반 6분 가레스 베일의 킥 그리고 카세미로의 슈팅이 나왔다. 얀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영락없는 골이었다.
자가당착
이번에도 경기 전날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은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플레이가 더 좋다"고 자신했다. 압박과 철저한 밸런스, 강력한 수비 그리고 날카로운 역습이 아틀레티코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시메오네 감독은 "우리의 철학을 계속 유지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아틀레티코의 전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주효했다. 적어도 첫 골을 내주기 전까지만 해도.
라모스의 첫 골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전반 15분 이후 경기의 주도권은 아틀레티코가 잡았다. 볼점유율을 높였다. 레알은 잔뜩 웅크렸다. 아틀레티코로서는 낯선 상황이었다. 나름 풀어나갈려고 했지만 레알의 수비가 강했다. 조급해진 선수들은 전반 내내 헛심만 썼다.
그러다 레알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레알의 몇 차례 패스에도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허둥지둥할 수 밖에 없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추가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주장 가비가 선수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꼬인 뒤였다. 자가당착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반은 아틀레티코에게 실패였다.
지단의 실수
지단은 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 레알의 약점이다. 감독이 경기 중 승부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 감독의 무기는 '교체 카드'다. 지단 감독은 여기서 실수를 했다. 첫번째 교체는 어쩔 수 없었다. 카르바할은 부상이었다. 다닐로를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와 세번째가 다소 아쉬웠다. 토니 크루스를 빼고 이스코를 넣었다. 역습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이 역습도 최전방에 벤제마가 있었을 때 빛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후바 31분 벤제마를 빼고 루카스 바르케스를 넣었다. 역습 시 볼을 키핑해줄 선수가 없었다. 물론 후반 33분 잡았던 찬스를 골로 마무리했다면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놓쳤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초보 감독 지단의 실수였다.
절실함
아틀레티코는 절실했다. 경기 전날부터 비장했다. 훈련 중에도 웃음이 전혀 없었다. 경기 내내 선수들은 웃지 않았다. 전반은 실패였다. 그래도 한 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후반 들자마자 최고의 찬스를 잡았다. 페널티킥이었다. 그러나 그리즈만이 실축했다. 패색이 짙었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모 아니면 도'로 나섰다. 어차피 단판 승부였다. 골을 넣어야 했다. 역습을 허용하더라도 골을 향해 달려가야했다. 2년전에도 이러다가 졌다. 트라우마도 있었다. 그러나 이판사판이었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은 레알의 결정력이었다. 2년전 레알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놓쳤다.
아틀레티코는 위기를 넘기자마자 주장 가비가 동점골을 넣었다. 절실함이 통했다.
열정과 냉정사이
연장 후반도 끝났다. 1대1. 승부차기였다. 양 팀 모두 우승컵을 들만했다. 그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래도 승자와 패자는 가려야 했다.
승부차기에 임하는 자세는 달랐다. 열정과 냉정사이였다.
열정은 아틀레티코가 담당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시메오네 감독은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응원을 부탁했다. 아틀레티코 팬들은 사자후를 토했다. 2년전 한을 풀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선수들도 다들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
지단 감독은 조용했다. 스태프들과 함께 의논했다. 냉정했다. 선수들은 근육의 피로를 푸는데 집중했다. 잘 차기 위한 준비였다.
결국 냉정이 열정을 이겼다. 승부차기에서 레알은 모든 킥을 꽂아넣었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4번 키커였던 사울 니게스가 실축했다.
마지막은 호날두였다. 이날 호날두는 부진했다. 마지막 키커로서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담대하게 골을 꽂아넣었다. 마지막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