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손흥민의 '뜬금 이적설', 어떻게 봐야하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22 19:00


ⓒAFPBBNews = News1

데뷔시즌을 마친 손흥민(24·토트넘)이 뜬금 없는 이적설에 휘말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뉴캐슬에 1대5로 완패한 최종전을 본 다니엘 레비 회장이 격노했고, 특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손흥민에게 분노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레비 회장이 손흥민을 영입하면서 투자한 2200만파운드(약 382억원)을 되찾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간 이적을 두고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손흥민은 귀국 후 20일 팬미팅을 가졌다. 그는 이자리에서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리그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의 에이전트인 티스 블리마이스터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텔레그래프의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번 이적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여름이적시장의 수많은 이적설 중 하나일까.

일단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포인트는 레비 회장의 반응이다. 조 루이스와 함께 토트넘의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실세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경제 공부를 한 레비 회장은 다소 소극적이지만 분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로 토트넘의 색깔을 바꾼 인물이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레비 회장은 감독들이 영입에 전권을 갖고 있는 다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과 달리 선수 영입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막판 부진의 원흉으로 손흥민을 지목했다는 것은 손흥민의 올 시즌 성적표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지난 여름 다른 구단들과 달리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델레 알리, 클린트 은지 등 유망주들을 데려오는데 주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지갑을 연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턴 재임 시절부터 손흥민을 지켜봤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은 올 시즌 거액 이적생 중 4번째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지만 8골-5도움은 분명 몸값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다. 특히 EPL로 폭을 좁히면 단 4골에 그쳤다. 팀 성적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손흥민 개인의 성적표는 냉정하게 C정도가 적당하다.

또 다른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 시장 공략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영입 후 한국어 SNS를 여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과거 박지성의 사례와 달리 토트넘은 만족할만한 계약을 이뤄내지 못했다. 한국에서 계약이 지지부진하다보니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스폰서쉽 계약을 맺지 못했다. 레비 회장 입장에서는 성적과 돈,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당연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다. 결국 이번 기사는 레비 회장이 즐겨 쓰는 '언론 플레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파는 것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손흥민도 판매대상이니 관심 있는 팀은 지켜봐달라'는 정도의 공지 의도다. 영입 후 부진을 반복했던 에릭 라멜라, 로베르토 솔다도 때도 그랬다. 그중 라멜라의 경우 숱한 이적설을 딛고 올 시즌 부활의 날개를 폈다.

물론 현 상황에서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경험을 갖고 있는 손흥민 정도의 카드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 손흥민은 나이도 어린데다 시즌 막판 득점포를 가동하며 다음 시즌 나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팔기를 원한다 하더라도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손흥민은 올 시즌 다소 부진한 활약으로 예년에 비해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텔레그래프의 기사에서는 '분데스리가 쪽에서 손흥민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토트넘이 회수를 원하는 2200만파운드에 근접한 돈을 낼 수 있는 팀은 바이에른 뮌헨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 손흥민의 자리는 없다.

거액의 이적료로 이적한 손흥민은 앞으로도 부진할 경우 이적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잠재우는 것은 실력 뿐이다. 당장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다가오는 리그에서 잘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은 대단히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