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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시즌을 마친 손흥민(24·토트넘)이 뜬금 없는 이적설에 휘말렸다.
일단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포인트는 레비 회장의 반응이다. 조 루이스와 함께 토트넘의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실세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경제 공부를 한 레비 회장은 다소 소극적이지만 분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로 토트넘의 색깔을 바꾼 인물이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레비 회장은 감독들이 영입에 전권을 갖고 있는 다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과 달리 선수 영입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막판 부진의 원흉으로 손흥민을 지목했다는 것은 손흥민의 올 시즌 성적표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지난 여름 다른 구단들과 달리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델레 알리, 클린트 은지 등 유망주들을 데려오는데 주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지갑을 연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턴 재임 시절부터 손흥민을 지켜봤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은 올 시즌 거액 이적생 중 4번째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지만 8골-5도움은 분명 몸값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다. 특히 EPL로 폭을 좁히면 단 4골에 그쳤다. 팀 성적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손흥민 개인의 성적표는 냉정하게 C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현 상황에서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경험을 갖고 있는 손흥민 정도의 카드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 손흥민은 나이도 어린데다 시즌 막판 득점포를 가동하며 다음 시즌 나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팔기를 원한다 하더라도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손흥민은 올 시즌 다소 부진한 활약으로 예년에 비해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텔레그래프의 기사에서는 '분데스리가 쪽에서 손흥민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토트넘이 회수를 원하는 2200만파운드에 근접한 돈을 낼 수 있는 팀은 바이에른 뮌헨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 손흥민의 자리는 없다.
거액의 이적료로 이적한 손흥민은 앞으로도 부진할 경우 이적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잠재우는 것은 실력 뿐이다. 당장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다가오는 리그에서 잘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은 대단히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