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우창구 조교사, 통산 200승 달성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5-19 17:57


통산 200승을 달성한 우창구 조교사.

"5번마 '빛의바다'와 10번마 '디바인시크' 두 마리가 선두로 나옵니다. 선두는 5번마 '빛의바다', 그러나 역전에 성공하는 10번마 '디바인시크'! 바깥쪽에서 역전에 성공합니다. 10번마 '디바인시크' 김철호 기수와 호흡을 맞추며 단독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맹활약 중인 우창구 조교사(53)가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감격스러운 선물을 안겨준 주인공은 바로 '디바인시크(미국·수·5세·레이팅 82)'. '디바인시크'는 지난 14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진 2등급 1700m 경주에 출전, 영화 같은 추입력으로 연이어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역전승을 연출했다.

대상경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1등급 경주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 조교사에게 이번 경주 우승은 대상경주에 버금가는 큰 의미가 있었다. 데뷔 9년 만에 값진 200승 달성. 우 조교사는 "경주당일 디바인시크의 컨디션이 좋긴 했지만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해 우승을 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며 "그런 만큼 우승의 기쁨도 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승의 또 다른 주역인 김철호 기수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철호 기수가 경주 전개를 잘해준 덕분에 예상치 못한 200승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며 "경주가 끝나자마자 김철호 기수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건넸다"고 했다.

올해 2분기도 절반이 지난 현재, 우 조교사의 승률은 10.6%로 지난해보다 2.2% 높다. 우 조교사는 "대부분의 조교사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작년보다는 올해 더, 그리고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 같은 마음가짐 덕분에 올해 기분 좋은 소식을 연이어 듣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 조교사는 통산 6845번 경주에 출전, 770승을 기록한 스타 기수 출신이다. 1984년 기수로 데뷔, 조교사로의 전향을 위해 은퇴하기까지 그랑프리(GⅠ)와, 대통령배(GⅠ), 뚝섬배(GⅢ) 등을 포함해 총 15번의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조교사로서 데뷔무대를 가진 건 지난 2008년. 조교사면허를 취득한지 1년만이다. 그는 "아무래도 한해두해 나이를 먹다보니 기수로서 활동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수로서 어느 정도 성적을 이루고 나니, 조교사로서의 새로운 삶, 새로운 도전의식이 싹텄다"며 "조교사 데뷔를 위해 외국연수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탐독하고, 여러 선배 조교사들로부터 지식을 습득했다"고 했다.

우 조교사는 소속 경주마에 대한 유별난 애정도 과시했다. 그는 "마방에 있는 모든 경주마들이 나에겐 소중하지만, 현재 여러모로 많은 애착이 가는 건 '해마루'"라고 했다.

'해마루'는 5세 거세마로, 지난 3월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에 출전해 생애 첫 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다. 또한 다음 무대인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에서도 또 한 번 감격스런 승리를 거머쥐며, 서울 최강 국산마의 자리에 올랐다.


우 조교사는 "지난해 '와츠빌리지'가 세상을 떠나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해마루'가 올해 연이어 좋은 소식을 전해줘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또한 마방에도 활력을 심어줘 여러모로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기량이 월등히 향상된 것에 대해 훈련법이 달라졌냐는 등의 물음이 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다"라며 "원래부터 말의 능력은 출중했지만 다른 경주마들과의 잦은 몸싸움 등 좋지 못한 버릇들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루'의 이 같은 선전에는 찰떡궁합 최범현 기수의 역할도 컸다. 우 조교사는 최 기수에 대해 "'해마루'와 호흡을 많이 맞추다보니 '해마루'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기수다"라며 "예전에는 문세영 기수에 비견됐을 만큼 상당히 실력이 좋은 기수인데, 요즘 기승횟수가 줄어들다보니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 최고의 기수"라고 극찬했다. 또한 "충분한 기회가 찾아온다면 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기수인 걸 잘 알기에, 올해 더 많은 기승기회를 주고자 한다"며 애정도 함께 보였다.

사실, 우 조교사는 과거 '와츠빌리지'로 언론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었다. '와츠빌리지'는 2012년 데뷔한 이래 총 19번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을 13회 달성한 명마로, 특히 1400m 이하 중단거리 경주에 11번 출전, 우승 6회, 준우승 4회를 기록한 단거리 최강 스프린터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첫 번째 국제경주였던 '한일 경주마 교류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해 일본에서 열린 리턴매치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경마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질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많은 경마팬들의 뇌리에는 '와츠빌리지'의 당당한 주행모습이 남아있다.

우 조교사는 "이따금씩 '와츠빌리지'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와츠빌리지'에게 줬던 애정을 다른 경주마들에게 주려고 노력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좋은 성적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 우 조교사의 목표는 '안전'과 '대상경주 우승'이다. 그는 "말이나 관리사들 모두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한해를 보내는 게 제일 큰 목표다"며 "물론, '해마루'가 대통령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또한 "'코리안더비'와 같은 더비무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늘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매번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게 그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