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현대(단장 김광국)의 역사는 한국 프로축구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1983년 프로 출범 첫 해부터 기지개를 폈다. 모기업 현대중공업의 든든한 지원 속에 걸출한 스타들을 싹쓸이 해왔다. '만년 우승후보', '전통의 명가'라는 타이틀은 하루이틀에 얻은 게 아니다. 오랜 투자와 노력으로 빚어낸 결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구단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일방통행' 식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프런트와 선수단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광국 단장은 지난 2014년 말 부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사택이 아닌 선수단 클럽하우스에 기거하고 있다. 선수단과 호흡하며 안살림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불렀다. 김 단장의 독특한 행보가 프런트와 선수단의 유연한 사고를 경직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해와 반목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 일부 주축 선수들과 윤정환 감독 간의 대립을 심화시키며 결국 스플릿 그룹B 추락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울산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과 잇달아 접촉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이었던 에두와 이근호 뿐만 아니라 FC서울의 품에 안긴 아드리아노까지 보강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지난해까지 간판 역할을 했던 김신욱(현 전북 현대), 김승규(현 고베)를 내주고 얻은 이적료가 있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풍족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소통 부재 속에 결국 세 선수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결과는 참담한 현실로 이어졌다. 16일 현재 10경기 7득점. 클래식 팀 중 최소득점의 '골가뭄'이다. 최하위 팀 인천(10경기 8골)보다도 낮은 득점력이다.
울산은 한국 프로축구 역사를 상징해 온 '현대가(家)'의 맏형이다.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오랜 공을 들여 이룩해놓은 결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울산의 현주소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속절없이 표류하는 난파선과 다를 바가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