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황지수에게 힘을 준 황선홍 전 감독의 전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5-11 21:37



"'여태까지 잘 한 부분, 한순간에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지 않겠냐' 하시더라고요. 참 고마웠습니다."

'포항의 캡틴' 황지수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힘들다. 포항은 격변기다. 팀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이 떠나고 최진철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여기에 김승대(옌벤) 고무열(전북) 신진호(상주) 조찬호(서울) 등 주축선수들이 한꺼번에 나갔다. 없는 살림살이 속 믿을맨은 '노장' 황지수였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황 전 감독이었다. 유럽 유학을 마치고 잠깐 귀국한 황 감독은 누구보다 힘든 애제자 황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황지수는 "많은 얘기를 하신 것은 아니다. 어려운 부분 잘 넘기라고. 여태까지 잘 해온 것 잘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애들 잘 이끌라고.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 와닿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진짜 힘든 시즌이다. 황지수는 "나도 최 감독님의 축구에 적응해야 하는데 변화를 위한 감독님의 생각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까지 맡았다. 이게 참 힘들더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에 부상자까지 속출했다. 경기력은 떨어졌고 순위는 곤두박질 쳤다. 황지수는 "그 전에는 역할 분담이 됐는데 선수들이 빠져나가다보니까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여기에 부상자가 많고 운동장에서 했던게 안나오니까. 내용도, 결과도 다 놓쳤다. 팬들의 우려가 커지니까 이를 만회하려고 더 뛰다보니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고.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했다. 고군분투하던 황지수는 지난달 24일 열린 전남전에서는 코뼈까지 부러졌다.

그래도 쉴 수는 없었다. 답은 대화였다. 황지수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미팅을 통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특히 올 시즌부터 분석관이 생기면서 해외축구 분석 장면을 두고 어린 선수들과 전술적인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전술에 대해서도 조금씩 절충하며 맞춰나가고 있다. 다행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은 최근 2연승에 성공하며 순위를 5위까지 끌어 올렸다. 황지수는 "다행스러운 결과로 일단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 앞으로 계속 더 변해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며 웃었다.

황지수는 특별 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14일 울산 원정경기부터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다. 그는 "마스크 쓰고 공차는 것은 처음이다.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 다른데는 이제 많이 괜찮아진만큼 조금만 더 적응하면 경기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어느때 보다 힘든 시즌이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는 확신은 잃지 않았다. 황지수는 "매년 마다 어려움은 있었다.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나가고 좋은 분위기를 타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던 기억이 많다. 이번에도 슬기롭게 넘길 것 같다. 분명 마지막에 웃을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후에 웃는 자. 그게 바로 포항의 힘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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