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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우려 공존한 수원의 슈퍼매치 '권창훈에 달렸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5-01 17:14





수원 삼성이 연속 빅매치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지옥여정의 마지막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하지만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권창훈이 자리하고 있다.

수원이 슈퍼매치를 통해 맞닥뜨린 현실이다. 수원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올 시즌 첫 슈퍼매치(K리그 클래식 8라운드)를 치렀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오는 3일 상하이 상강(중국)을 상대로 ACL G조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수원에게 상하이전이 더 절박하다. 수원은 상하이에 반드시 이기고 조 2위 경쟁자인 멜버른 빅토리(호주)가 감바 오사카(일본)전에서 비기거나 패하기를 바라야 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끝까지 포기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슈퍼매치는 수원에 희망과 우려를 안겨준 빅매치였다.

먼저 최고의 희망은 권창훈이다. 권창훈은 슈퍼매치에서 '역시 에이스'란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다. 마치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소년가장'같았다.

산토스와 함께 2선 공격 중앙을 맡은 권창훈은 좌-우는 물론 후방까지 전성기의 박지성처럼 종횡무진 누볐다. 공이 가는 곳마다 권창훈이 빠진 적은 거의 없었고, 문전에서 결정적인 슈팅도 여러차례 날렸다. 원톱 해결사가 없는 수원 입장에서 권창훈은 보배였다. 활발한 공격능력은 물론 부지런히 수비에 가담하는 넓은 행동 반경은 팀에 천금같은 요소였다.

전반 6분 산토스의 선제골도 권창훈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상대 루트를 차단한 권창훈은 폭넓은 시야로 왼쪽 사이드의 염기훈에게 벌려주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문전으로 달려들었다. 순간 서울 수비가 흔들렸고 염기훈의 크로스가 권창훈에게 배달됐다. 권창훈의 슈팅이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튕겨나왔고 공이 권창훈에 다시 맞고 오른쪽 산토스에게 흐른 것이 골로 연결됐다.

수원이 그나마 무패로 버티는 것은 염기훈-권창훈-산토스의 2선 라인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2선 라인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주인공이 바로 권창훈이다. 지난 24일 광주전을 일부러 건너뛰고 복귀한 권창훈이 이번 슈퍼매치 복귀무대에서 건재함을 과시한 것은 상하이전을 앞둔 수원에겐 청신호이자 희망이다.

또 다른 희망은 또 한번 불패 본능을 확인하며 올 시즌 최강 서울의 파죽지세를 멈춰 세웠다는 점이다. 서울은 슈퍼매치 이전까지 7경기 19골이란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 서울을 1실점으로 막았다. 서울이 전북과의 개막전 패배(0대1)를 제외하고 1득점에 그친 경기는 이번이 유일하다. 나머지 6연승 동안 2∼4골을 넣었다.


10경기 연속 무패행진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른 팀도 아닌 서울을 상대로, 심리적인 압박이 큰 슈퍼매치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간 것은 이전의 무패와는 의미가 또 다를 수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그래도 1위팀의 7연승을 저지했고, 10경기째 패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아쉽지만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슈퍼매치가 안겨 준 우려도 있다. 그 중심에도 권창훈이 있다. 힘을 너무 뺐다. 이번 슈퍼매치에서 권창훈은 경기 직후 쓰러져버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이 뛰었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수원이 상하이전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권창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데 수원의 '터보엔진' 권창훈이 지치면 마지막 희망이 멀어질 수 있다.

권창훈 뿐만 아니라 수원 선수들 모두 슈퍼매치라는 무게감 때문에 전력을 쏟아냈다. 파울 6개, 파울 32개, 슈팅 23개(이상 양팀 합산)의 경기기록이 말해주듯 치열하게 뛰고 부딪히며 에너지를 소진했다. 불과 이틀 쉬고 열리는 상하이전에서 또 다시 전력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수원이 ACL을 병행한 지옥일정으로 인해 좀처럼 이기지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서 감독도 "어느 경기보다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는 슈퍼매치였다.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래도 서 감독은 "어떻게든 극복해보겠다"했다.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남긴 슈퍼매치. 상하이 전을 앞둔 수원의 선택지는 필승 뿐이다. 희망이 우려를 덮어버릴 수 있을까.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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