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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제 감독이 꿈꾸던 클래식 상대는 항상 전북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4-27 18:01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2013년 8월7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K리그 챌린지에서 뛰던 수원FC는 K리그 클래식 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챌린지 팀으로는 유일하게 FA컵 8강에 진출했다. 상대는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이었다. 수원FC는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으로 전북을 상대했지만 결과는 2대7 대패였다. 클래식과의 차이를 느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조 감독은 이후 조금씩 클래식 승격을 꿈꾸기 시작했다. 꿈 속 상대는 언제나 전북이었다.

수원FC는 2015년 기적의 승격 드라마를 썼다. '언더독' 수원FC는 클래식 출신 팀들을 차례로 넘고 1부리그에 올라섰다. 드디어 전북과 한 무대에 섰다. 팬들은 수원 삼성과의 수원 더비를 말했지만 조 감독의 시선은 전북을 향했다. 7골이나 내줬던 패배에 대한 설욕을 다짐했다. 겨우내 숱한 인터뷰에 나선 조 감독은 "공격축구로 전북과 다시 붙어보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꿈 속에서조차 이기고 싶었던 상대, 전북과 마침내 격돌한다. 수원FC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를 치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북은 여전히 클래식 최강팀이다. 여전히 격차는 크다. 하지만 수원FC가 달라졌다. 이제 무시 못할 상대로 급성장했다. 개막 후 1승5무1패를 거둔 수원FC는 연착륙에 성공하며 클래식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더 잘해서 전북을 이길 수도 있다"는 조 감독의 말이 결코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

물론 쉽지 않은 승부다. 아쉽게도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오른쪽 윙백 이준호가 쓰러졌다. 무릎 인대 파열로 2개월 정도 출전이 불가능하다. 수원FC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김병오도 경고누적으로 전북전에 나설 수 없다. '거물 외인' 오군지미가 아직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반면 전북은 김보경이 살아나며 흐름을 타고 있다. 경기력도, 결과도 상승세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전북 걱정'이란 말처럼 어느덧 순위를 2위까지 올렸고, 불안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행도 가시권이다. 무시무시한 더블스쿼드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승부수는 역시 '막공'이다. 수원FC는 클래식에 올라와 공격 보다는 수비로 재미를 보고 있다. 무작정 공격을 하기에는 클래식의 벽이 높다. 하지만 전북전은 화끈하게 맞붙어 볼 생각이다. 조 감독은 "조종화 수석코치에게 '전북 상대로 스리백을 해볼까?'라고 물었더니 '그냥 감독님 축구 하시죠'라고 하더라. 한참 웃었다"며 "기다렸던 전북과의 재대결인데 수비만 하다가 갈수는 없다. 수원FC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조덕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다. 공격축구한다고 또 7골을 내줄 것 같지는 않다"며 껄껄 웃었다. 경기 후에도 크게 웃을 수 있을까. 묘한 설레임이 수원FC 팬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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