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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조국(32·광주)이었다.
경기 초반 부터 불꽃이 튀었다. 양 팀 모두 물러섬이 없었다. 치열한 허리싸움이 벌어졌다. 봄볕보단 여름볕에 가까웠던 휴일 오후 강렬한 햇살만큼이나 열정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광주는 수원을 맞아 라인을 올리고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먼저 미소지은 쪽은 수원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아크정면 부근에서 혼전이 빚어졌다. 산토스의 발끝에 맞고 떨어진 공을 염기훈이 지체없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 광주 골망을 갈랐다. 수원의 선제골과 함께 곧 전반이 종료됐다.
광주의 전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오히려 수원의 역습에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추가 실점은 면했지만 수 차례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남기일 광주 감독은 후반 19분, 후반 30분 각각 심광욱 조주영 등 공격자원을 투입해 추격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다. 신기루처럼 닿을듯 멀어져가는 동점 기회.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그 때 해결사가 등장했다. 정조국이었다. 후반 43분 조주영이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왼쪽에 있던 정조국에게 헤딩 패스를 했다. 패스를 받은 정조국은 지체 없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 1-1 동점을 만들었다. 리그 4호골. 정조국은 3일 수원FC전 골 이후 4경기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원샷원킬의 골 감각으로 소속팀 광주의 2경기 연속 무패(1승1무)를 이끌었다. 극적인 동점골. 하지만 정작 정조국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는 경기 후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매번 우리 팀이 우리의 실수로 경기를 끌려가서 아쉽다. 우리가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실수들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 감독도 엄지를 세웠다. 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다"며 "정조국이 중요할 때 골을 넣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조국이 그 동안 골을 넣고 부진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 골을 넣어서 정조국 자신에게도 또 팀에도 좋은 부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광주의 최전방. 이제는 정조국이 있어 든든하다.
광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