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10번의 품격', FC서울 6연승의 비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4-24 18:58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린 박주영이 데얀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10번'은 FC서울 간판 공격수의 상징이다.

박주영과 데얀이 10번을 달고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해 박주영이 돌아왔지만 10번의 주인(에벨톤)이 있었다. 일단 박주영은 91번을 달았다. 그리고 데얀이 2년만에 복귀한 올 시즌.

과거 10번을 달고 역사를 썼던 데얀이 10번을 탐냈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의 선택은 박주영이었다. 데얀은 9번, 아드리아노는 11번이었다. 박주영은 최근 "데얀이 꼭 달아야 한다면 지금도 줄 수 있다. 등번호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데얀도 농담으로 말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서울의 10번이라는 자리는 공격수에게 주어지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따른다. 잘 이겨내고 팀을 위해 잘 해야 한다. 10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번의 책임감이 빛난 하루였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의 마침표 박주영이 다시 한번 훨훨 날았다. 극적인 결승골로 서울에 6연승을 선물했다. 박주영은 24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47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극장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박주영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1-1로 균형을 이룬 후반 40분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박주영을 투입했다. 선발 출전한 아드리아노, 데얀과 함께 나란히 최전방에 포진했다. '아데박'의 동시 출격이었다. 90분까지는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다. 시간은 후반 45분에서 멈췄고, 인저리타임 5분이 주어졌다.

결국 해결사는 골로 이야기할 뿐이다. 박주영은 박주영이었다. 후반 47분 미드필더 오른쪽에서 고요한의 패스를 받아 약 20m를 질주한 후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둔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박주영은 "시간이 없다보니 개인적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볼이 지나고 난 뒤에야 상황이 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이 빚은 작품이었다.

서울은 출발이 좋았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아드리아노의 크로스를 데얀이 왼발로 화답,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서울 수문장 유 현의 펀칭 실수로 상대 수비수인 김치곤에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서울은 아드리아노, 데얀, 주세종, 다카하기 등이 잇따라 기회를 잡았지만 추가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상승세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박주영이 대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K리그 4호골이었다. 그는 K리그에서 선발 출전이 2경기 뿐이다.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기를 통해 계속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짧은 출전 시간은 불만일 수 있다. 그는 "오늘같이 운이 좋을 때 10분이라는 출전 시간도 기쁘게 생각한다. 출전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팀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아데박' 트리오도 새 장을 열었다.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동시 투입된 경기에서 올 시즌 첫 골이 터졌다. 울산전에서 데얀과 박주영이 릴레이골을 작렬시켰 듯 존재감이 특별하다. 올 시즌 서울은 K리그에서 12개팀 통틀어 최다인 16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드리아노가 5골, 박주영이 4골, 데얀이 3골 터트렸다. '아데박'이 12골을 합작했다. 팀 득점의 75%를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윤정환 울산 감독도 패인에 대해 "결국 결정력에서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그는 "승부를 보고 싶었다. 상대 수비가 지쳐있는 상황이었고, 박주영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주영이 해줬다"며 "박주영의 투입 시기가 늦지 않았나 싶지만 그 전의 흐름 자체가 우리가 주도하고 있어 나쁘지 않았다. 경기 흐름에 따라 어느 타이밍에 세 선수 카드를 모두 쓸 생각이다. 오늘 긍정적인 면을 봤다"고 만족해 했다.

서울은 전북과의 개막전에서 0대1로 패한 후 상주(4대0 승·홈)→인천(3대1 승·홈)→전남(2대1 승·원정)→광주(2대1 승·원정)→수원FC(3대0 승·홈)전에 이어 울산을 제압하며 6연승을 내달렸다. 승점 18점(6승1무)을 기록, 선두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2위 전북(승점 13·3승4무)과의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최 감독은 "초반 흐름을 우리 선수들이 잘 만들어가고 있다. 훈련장에서부터 희생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공유하고 있다. 반드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이 6연승으로 가고 있다. 다만 항상 방심하지 않고 우리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4월 마지막 고개는 K리그 최대의 라이벌전인 수원과의 슈퍼매치다. 최 감독은 물론 박주영도 "서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은 바로 '이길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서울의 품격이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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