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와 수원FC 승격팀의 격돌, '너만은 이긴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4-07 19:15


수원FC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첫 승을 올렸다. 수원FC의 오군지미(왼쪽)가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동점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상주 상무와 수원FC는 올 시즌 클래식 승격의 기쁨을 함께 누린 동지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적 관계이기도 하다.

두 팀은 지난해 K리그 챌린지에서 클래식 승격을 목표로 맹렬히 싸웠다. 자동 승격의 행운은 시즌 1위 상주가 가져갔다. 수원FC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매 경기, 절실했다.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수원FC는 서울이랜드와 대구FC를 연달아 꺾고, 클래식 11위팀 부산 아이파크까지 강등시킨 후에야 클래식에 올라왔다. 챌린지 플레이오프 돌풍의 주역이었다.

상주가 편안하게 플레이오프를 관전하는 동안, 수원FC는 거듭된 경기를 통해 전투력을 길렀다. 실전 경험만큼 무서운 게 없다. 올 시즌 클래식에서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수원FC는 승격팀을 얕잡아 보던 클래식 선배들을 매섭게 혼내주고 있다. 수원FC는 개막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0대0으로 비겼다. 2라운드 성남FC와도 1대1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클래식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3라운드 상대 광주FC는 2대1로 꺾었다. 클래식 첫 승이다. 상승세가 거침없다. 막내의 반란이라 부를 만하다.

수원FC가 노리고 있는 다음 상대, 상주다. 두 팀은 9일 오후 2시 4라운드를 치른다. 클래식 선배들에게는 지더라도, 상주만큼은 넘어서고 싶을 테다. 지난해 챌린지에서의 아쉬움도 설욕해야 한다.

3라운드에서 동점골을 터뜨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벨기에 대표팀 출신 오군지미는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출신 베테랑 가빌란까지 가동한다. 최고의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다. 팬들은 가빌란의 K리그 데뷔를 고대하고 있다.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반면 상주는 여유롭다. 비록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강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챌린지 우승으로 이듬해 곧바로 승격했던 저력을 갖고 있다. 클래식에서 풍부한 경험도 쌓았다. 지난해 챌린지 우승팀을 쉽게 봐선 큰 코 다친다. 승격팀의 자존심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초반 성적은 수원FC가 우세하다. 3라운드까지 1승2무, 상주는 1승2패다. 하지만 수원FC가 비교적 수월한 상대(전남, 성남FC, 광주FC)와 겨루는 동안, 상주는 울산 현대와의 개막전 이후로 지난 시즌 클래식 2, 4위 팀(수원, FC서울)을 연달아 만났다. 숫자만 놓고 두 팀의 실력을 절대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구나 상주에겐 이겨야 할 명분과 동기가 확실하다. 개막전 우승으로 전 선수가 3박4일 휴가를 받았다. 최근 외출 중에 소매치기범을 붙잡은 일이 알려져, 수원FC와의 4라운드가 열리는 홈구장에서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선행상을 받는다. 경기 분위기를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로 삼을 만하다.

조진호 감독은 앞으로도 선수들의 활약에 확실한 보상으로 화답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막전 우승 휴가도 조 감독이 상부에 건의해 받은 것이다. 조 감독은 6일 "지난 포상 휴가가 군인 신분인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앞으로 휴가나 외박 같은 기회를 자주 가져서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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