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자심감과 자만심의 경계 그리고 로테이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4-06 17:54


FC 서울과 산둥 루넝(중국)의 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 경기가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주세종의 슛이 아깝게 빗나가자 아드리아노와 데얀이 위로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4.05/

올 시즌 K리그 화제의 중심은 단연 FC서울이다.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경기, K리그 3경기 등 총 7경기를 치렀다. 최근 3년간 서울의 4월은 늘 잔인했다. '슬로 스타트'의 악몽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올해 '슬로 스타트'는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골폭풍', '압도', '환희' 등으로 채워졌다. 데얀 신진호 주세종 유 현 등 즉시 전력감인 뉴페이스의 영입으로 서울의 겨울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올 시즌 뚜껑이 열리자마자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그라운드를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ACL에서 3승1무(승점 10), 14득점-2실점으로 F조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6강행의 마침표만 남았다. K리그에선 개막전에서 전북에 0대1로 패했지만 이후 2연승(상주·4대0 승, 인천·3대1 승)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최다 득점(7골)을 기록 중이다. 이맘때쯤이면 '슬로 스타트'의 영향으로 10위권을 넘나들던 순위도 수직상승해 3위에 올라있다. 선두 성남(승점 7·2승1무)과의 승점 차는 불과 1점이다. 그토록 바라던 리그 초반의 '승점 쌓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ACL과 K리그를 병행하는 선수들도 화려하다. 아드리아노가 11골, 데얀은 3골, 박주영이 2골을 터트렸다. '아데박' 트리오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다카하기 신진호 주세종으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더 라인도 여유와 재치가 넘친다. 빠른 공수 전환과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통해 중원을 지배하고 있다.

좌우 윙백은 '투고' 고광민 고요한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오스마르 김원식 김동우 혹은 박용우가 포진하는 스리백도 견고하다. 스리백이 수비형 전술이라는 틀을 깼다. 특히 흐름에 따라 중원과 최전방까지 진출하는 오스마르 시프트는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의 3-5-2 시스템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시시각각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상대해야 할 사령탑들의 입도 다물어지지 않는다. "약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스리백이 아니면 대응이 쉽지 않다" 등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K리그에서 서울을 상대한 전북, 상주, 인천은 모두 스리백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5일 ACL 4차전에서 서울과 맞닥뜨린 산둥 루넝(중국)은 작심하고 수비 축구를 했다. 산둥은 지난달 안방에서 서울에 1대4로 대패했다. 이날 득점없이 무승부로 막을 내리자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호했다.

서울이 걸어온 길은 호평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현재에 도취돼 안주하는 순간 미래는 없다. 시즌은 호흡이 길다. 그라운드 또한 변화가 물결친다. 상대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다. 산둥전이 거울이었다. 전반 서울의 플레이는 느슨했다. 선수들의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자신감과 자만심의 경계에서 허우적거리는 듯 했다. '우리'보다는 '나'가 앞섰다. 후반 전열을 재정비하며 세차게 몰아쳤지만 마지막 집중력은 아쉬움이 남았다.

새로운 도전도 필요한 시점이다. 로테이션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2일 K리그 인천전을 제외하고 베스트 11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선수들이 서서히 피로를 느낄 시기다. 다음 주에는 무려 3경기를 치러야 한다. 10일 전남, 13일 광주(이상 원정), 16일 수원FC(홈)와 잇따라 혈전을 벌인다.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새롭게 투입되는 선수들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간에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긴 시즌을 끌고가는 데 특효약이다.


최 감독은 산둥전 후 "상대의 밀집 수비 상황에서 한 번의 찬스가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준 경기였다"고 했다. 그리고 기존 선수와 대체 선수를 적절히 활용하는 로테이션을 운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라운드는 생물이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야 최후에 웃을 수 있다. 서울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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