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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가 서둘러 문을 닫았다.
대한민국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24일 레바논전(1대0 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슈틸리케호는 G조 1위로 일찌감치 최종예선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7전 전승-24득점-무실점으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39개팀이 8개조로 나뉘어 펼쳐지고 있는 2차예선에서는 각 조 1위와 2위팀 가운데 성적순으로 상위 4개팀(와일드카드)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최종예선 진출팀도 속속 가려지고 있다. C조의 카타르, F조의 태국이 1위를 확정한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A조의 사우디아라비아, E조의 일본도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와일드카드를 확보했다. B조 1위 호주, D조 1위 이란도 유력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해도 선두를 사수한다. 2차예선 최종전은 29일과 30일 벌어진다.
슈틸리케호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더 달라져야 한다. 레바논전과 태국전이 거울이다. 소속팀 경기에서 뛰지 못하는 일부 유럽파의 경기 감각 저하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었다. 11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조직력이 완성될 수 있지만 몇몇 포지션에서 균열이 일어나다보니 경기력은 기대이하였다. 상대 전술에 대처하는 대응 능력도 떨어졌다. 볼점유율에서 앞섰지만 레바논전과 태국전 모두 가까스로 한 골을 터트린 것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한마디로 말해 슈틸리케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선도가 떨어졌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지난해처럼 전술 운용에서 더 과감해져야 한다. 레바논-태국, 2연전에서 K리거는 5명에 불과했다. 특히 주세종(서울)과 김창수(전북)는 기존 선수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됐다.
답은 있다. 유럽파 등 해외파의 경기력이 떨어질 경우 고수할 이유는 없다. K리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6월과 9월이면 K리거의 경기력도 정점에 달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깜짝 발탁'으로 재미를 봤다. 고인물을 고집하면 결국 팀은 정체된다. 수술이 필요한 몇몇 포지션에는 뉴페이스를 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변화도 요구된다. 슈틸리케호의 리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이 6월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공격의 핵인 손흥민(토트넘)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8월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한다. 최종예선이 시작되는 9월의 경우 추춘제로 운영되는 유럽과 중동파는 이제 막 시즌이 시작돼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달릴 수 있다.
6월까지는 두 달 남았다. 총체적인 팀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