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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칫집에 팬들도 화답했다. 상암벌에는 2만5950명이 운집했다. 명불허전이었다. 그 곳에선 다시 골잔치가 벌어졌다.
서울은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3경기, K리그 2경기를 치렀다. 무려 18골이 쏟아졌다. 경기당 평균 3.6골을 기록했다. 한계의 끝이 어디일지에 벌써부터 관심이다.
아드리아노 10골, 데얀 K리그 복귀골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 이미 두 자릿수 골을 달성했다. ACL 조별리그 3경기에서 9골을 터트린 그는 이날 K리그에서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ACL에서 2골을 터트린 데얀도 K리그에서 골 시동을 걸었다. 데얀은 K리그의 골역사를 새롭게 쓴 주역이다. 그는 2012년 31골을 터트리며 2003년 김도훈(28골)이 세운 한 시즌 통산 최다골을 9년 만에 경신했다. 2011년(24골)에 이어 2012년, 2013년(19골)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 통산 외국인 선수 최다골,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그의 소유물이다.
2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그는 이날 올 시즌 K리그 1호골로 홈팬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했다. 데얀도 감회가 특별했다. 사실 행운의 골이었다. 다카하기의 슈팅이 자신의 발을 맞고 굴절돼 골네트에 꽂혔다. 그는 "홈팬들 앞에서 복귀골을 터트려 기분이 좋다.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며 기뻐했다.
새로운 역사도 예고했다. '데몰리션'보다 '데드리아노'가 더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데얀은 "아드리아노는 워낙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내가 예전에 있을 때보다 더 위협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난 이기적이지 않다. 팀을 위해 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며 "서울에서 많은 선수들과 호흡했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특별하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많이 뛰지는 않지만 아드리아노는 골을 넣을 줄 아는 공격수다. 지금 콤비네이션이 더 위협적이다. 아드리아노와 나는 둘다 골을 넣을 수 있다. 예전에 몰리나와의 호흡도 좋았고 지금도 좋은 관계지만 그 조합보다 더 강한 것 같다. 올 시즌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용수 감독 '일희일비' 없다
서울의 페이스가 무섭다. 전북에 이어 상주도 이날 스리백으로 변칙 전술을 꺼내들었지만 서울의 공격력을 막지 못했다. '데드리아노'뿐이 아니었다. 주장 오스마르는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린 데 이어 아드리아노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24분 교체투입된 이석현도 후반 39분 피날레 골을 장식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박주영은 후반 39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시간은 짧았지만 활발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울은 6대0 승(부리람·태국·원정)→4대1 승(히로시마·일본·홈)→0대1 패(전북·원정)→4대1 승(산둥·중국·원정)에 이어 시즌 4승째를 챙겼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일희일비는 없다고 했다. 그는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우리도 0대4로 패하며 바닥을 칠 수 있다. 슬로 스타트 탈출은 앞으로 10라운드까지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최 감독은 5경기 연속 베스트 11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술적으로 또 다른 변화도 예고했다. 최 감독은 "예전과 다르게 선수들이 한 골로 만족해선 안된다는 생각들이다. 훈련에서도 공격 상황을 설정한 후 패턴 훈련을 반복적으로 한다. 선수들의 사고가 바뀌고 있다. 공격적인 방향과 패스의 움직임이 좋아졌다"며 "다양한 선수들로부터 골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적재적소의 움직임과 판단력으로 장점을 끌어내려고 한다. 데얀과 아드리아노 투톱과 2선 조합이 잘 맞고 있다. 어느 상황이 되면 포백도 꺼내들 것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윤일록 조찬호와 심제혁 김정환이 항시 대기 하고 있다. 계속 스리백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때 서울은 '이진법(무득점 혹은 1골) 축구'라는 놀림을 받았다. 최 감독은 그 오욕을 잊지 않고 있다. 서울이 달라졌다. 올 시즌 K리그의 중심으로 비상하고 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