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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홍명보의 시계는 2014년 6월 26일 멈췄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는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브라질월드컵은 시련이었다. 16강 진출 좌절은 단 한 번의 실패였지만 20여년간 쌓아 온 공든 탑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많은 분들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동안 명예를 위해 축구를 하진 않았다. 과연 축구를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명예를 가졌나 싶다. 이번 일도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홍 감독은 새 출발을 위해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태국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을 펼쳤다. 선수단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설날) 휴가'도 반납했다. 하루 2~3차례의 고강도 훈련을 이어가며 시즌을 준비했다. 수확은 있었다. 중국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전력 보강도 이루어졌다. 호주의 간판 스트라이커 팀 케이힐이 홍 감독의 품에 안겼다. 이탈리아 세리에A 출신 데니우손 가비오네타도 항저우에 둥지를 틀었다.
물론 과욕은 금물이다. 홍 감독도 현재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1998년 창단된 항저우는 '차이나 머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구단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1부에서 최고 성적은 2010년의 4위다. 2012년부터는 줄곧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에는 강등권을 맴돌다 11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홍 감독이 성적이 아닌 팀의 체질 개선에 첫 번째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홍 감독은 올 시즌 현실적인 목표로 1부 리그 잔류를 내세웠다. 물론 그라운드는 예측불허의 공간인 만큼 더 큰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
중국에서 길이 열렸고, 홍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그의 지도자 인생 2막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화사한 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