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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지만 돈이 전부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이정수는 최근 8년 만에 수원으로 복귀, 입단했다. 올해 초 5년간 몸담았던 카타르 알사드 구단과 결별하며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리자 2006∼2008년 뛰었던 수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정수는 복귀 소감에서 "오랜 기간 동안 외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수원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국에 복귀하게 되면 꼭 수원 삼성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중앙 수비 베테랑이 이정수가 합류하면서 수원은 미진한 전력 보강의 두려움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이정수의 노련미도 그렇지만 수원에서 부주장까지 역임한 '큰형님'의 존재감은 경험 부족한 중앙 수비라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수원 구단 입장에서 가슴졸였던 막전막후 스토리다. 수원은 이정수가 FA 신분으로 풀렸다는 소식을 접하자 이정수 영입을 위해 뛰어들었다. 접촉 초기 재입단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한데 무서운 '복병'을 만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수비수인데도 팀 최다골(2골)을 터뜨린 이정수의 쓰임새를 잘 아는 다른 팀이 달려든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좋은 선수 영입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원 입장에서는 그 자연스러움마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에두 트라우마' 때문이다.
수원은 지난 달 중국 생활을 마감한 '특급용병' 에두를 영입하려다가 실패했다. 에두 영입작업이 알려진 것은 2월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에두를 영입하기 위해 교감을 가져왔고 성사 직전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경쟁팀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쩐의 전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에두는 수원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수원도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에두 영입 실패에 따른 아픔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정수 영입 과정에서도 다른 경쟁팀들이 가세했다. 그 과정에서 이정수의 몸값도 훌쩍 뛰어올랐다. 수원이 제시한 금액의 3배 이상에 달하는 조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으로 경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수원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이정수에게 다가갔다. 일단 모든 결정을 이정수에게 맡기면서도 "어쩌면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회가 될텐데, 이왕이면 더 행복하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팀이 어느 곳일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2008년 수원에서 K리그를 제패했던 추억, 그 당시 동고동락했다가 다시 뭉치는 우승 멤버들, 이정수처럼 해외생활을 마치고 수원으로 돌아와 진정한 '삼성맨'이 된 서정원 감독의 신뢰 등 '금전' 외적인 부분도 수원에겐 그나마 '무기'였다.
결국 이정수는 "더 좋은 제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수원을 택했다"고 화답했다.
서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정수의 입단에 대해 "워낙 수원 삼성을 좋아하고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뿌리치고 우리 팀에 돌아왔다. 분명한 것은 거기에서 상당히 큰 힘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의리맨' 이정수.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수원 구단의 바람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