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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대학연맹전]연세대 DF 황기욱, '포스트 기성용' 꿈꾼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3-01 11:09


◇황기욱. 통영=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학생' 타이틀은 부담스런 꼬리표였다.

연세대 수비수 황기욱(20)은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겸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선 신태용호에 합류한 23명의 선수 중 유일한 '학생 선수'였다. 고교 시절 재능을 인정 받아 프로 무대로 직행한 선후배, 동기 사이에서 황기욱의 존재감은 약한 게 사실이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그를 선발한 이유룰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실력으로 물음표를 지웠다. 황기욱은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로 나서 전후반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우행이 걸렸던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60분 간 활약하면서 상대 공격 예봉을 잘 차단했다. 신태용호의 리우행에는 황기욱의 발자국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학 무대로 돌아온 황기욱은 신태용 감독이 왜 리우로 가는 길에 자신을 선택했는 지 충분히 증명했다. 황기욱은 29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조선대와의 제52회 춘계대학연맹전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팀의 1대0 승리에 기여했다. 연세대는 이날 승리로 2012년 이후 4년 만이자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황기욱의 자리는 센터백이 아닌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은 황기욱을 공수의 핵으로 삼았다. 조선대는 짧은 패스 플레이로 공간을 만드는 전략을 앞세워 연세대 수비라인을 공략하려 했다. 하지만 황기욱이 버틴 중원을 넘지 못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 시발점 역할을 하는 패스 연결에서도 황기욱의 플레이는 단연 빛났다. 슈틸리케호 핵심인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만했다. 신재흠 감독은 "(황기욱이 올림픽팀에서 돌아온 뒤) 초반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차츰 제 실력을 찾았다. 우승까지 오는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황기욱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황기욱은 "감독님이나 동료들이 많이 믿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자리에서 플레이를 하는 만큼 책임감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카타르를 다녀온 뒤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나갈 지에 대해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유일한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이 기분 좋게 들리면서도 부담이 됐다"며 "올림픽팀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소속팀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스스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배웠다"고 했다.

황기욱은 FC서울 18세 이하 유스팀인 오산고 출신이다. FC서울은 '될성 부른 떡잎'인 황기욱을 우선지명하면서 K리그로 데려올 채비를 마쳤다. '리우의 해'인 올해 황기욱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조기 프로데뷔의 꿈도 이뤄질 전망이다. 황기욱은 "(대학 진학과 프로행을 놓고)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대학에서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처음으로 우승까지 해보니 너무 좋다"며 "당장 프로를 생각하기보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기회가 온다면 프로에서 꼭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행의 관건으로 '출장'을 꼽았다. 많은 경기에 뛰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지켜보고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황기욱은 "신태용 감독님에게 '나도 프로는 아니지만 경기 많이 뛴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웃으면서 "카타르에서 평생 못 잊을 경험을 한 것 만으로 감사하지만 리우에서 더 좋은 추억을 쌓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영=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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