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타이틀은 부담스런 꼬리표였다.
대학 무대로 돌아온 황기욱은 신태용 감독이 왜 리우로 가는 길에 자신을 선택했는 지 충분히 증명했다. 황기욱은 29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조선대와의 제52회 춘계대학연맹전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팀의 1대0 승리에 기여했다. 연세대는 이날 승리로 2012년 이후 4년 만이자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황기욱의 자리는 센터백이 아닌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은 황기욱을 공수의 핵으로 삼았다. 조선대는 짧은 패스 플레이로 공간을 만드는 전략을 앞세워 연세대 수비라인을 공략하려 했다. 하지만 황기욱이 버틴 중원을 넘지 못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 시발점 역할을 하는 패스 연결에서도 황기욱의 플레이는 단연 빛났다. 슈틸리케호 핵심인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만했다. 신재흠 감독은 "(황기욱이 올림픽팀에서 돌아온 뒤) 초반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차츰 제 실력을 찾았다. 우승까지 오는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황기욱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황기욱은 "감독님이나 동료들이 많이 믿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자리에서 플레이를 하는 만큼 책임감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카타르를 다녀온 뒤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나갈 지에 대해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유일한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이 기분 좋게 들리면서도 부담이 됐다"며 "올림픽팀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소속팀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스스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배웠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행의 관건으로 '출장'을 꼽았다. 많은 경기에 뛰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지켜보고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황기욱은 "신태용 감독님에게 '나도 프로는 아니지만 경기 많이 뛴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웃으면서 "카타르에서 평생 못 잊을 경험을 한 것 만으로 감사하지만 리우에서 더 좋은 추억을 쌓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영=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