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허술한 뒷문, '1080억원' 트리오에 알고도 당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3-01 23:12




전북 현대의 허술한 뒷문은 장쑤의 '1080억원' 트리오에 농락을 당했다.

전북은 1일 중국 난징의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장쑤 쑤닝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원정 2차전에서 2대3으로 패했다.

우려했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된 경기였다. 이날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중앙 수비의 불안함이 감지됐다. 김형일과 임종은은 좀처럼 안정된 빌드업과 수비력을 보이지 못했다. 전반 13분에는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센터백 김형일이 걷어내려고 찬 공이 최철순의 몸에 맞고 뒤로 튀어 상대 공격수와 권순태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히 권순태 골키퍼가 빠르게 나와 선방해 위기를 모면했다.

또 선제골을 허용한 장면도 전북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몸값이 1000억원이 넘는 장쑤의 외인 트리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조와 하미레스의 패스를 이어받은 테세이라가 돌파 이후 아크 서클에서 임종은의 타이밍을 빼앗는 개인기에 이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골도 공중볼 싸움에서 밀렸다. 문전으로 연결된 크로스를 따내기 위해 김형일과 조가 맞붙었다. 그러나 출중한 탄력을 보인 조가 공중을 지배하면서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이밖에도 장쑤 외인 트리오의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에 알고도 당한 장면이 수차례 반복됐다.

사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3연패와 ACL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닥치고 공격(닥공)' 외에도 또렷한 목표가 있었다. '뒷문 단속'이었다.

부동의 중앙 수비수 김기희(27)가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면서 갑작스럽게 중앙 수비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중앙 수비진에 'K(김기희)-K(김형일)'라인을 가동하려는 구상이었다. 여기에 전남에서 데려온 임종은과 프로 5년차 김영찬을 적절하게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기희의 이적으로 수비진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임종은이 김형일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시즌의 문이 열리고 공개된 전북의 중앙 수비는 헐거웠다. K리그에선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겠지만 특급 공격수들이 즐비한 중국과 중동 팀과의 맞대결에선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장쑤전처럼 말이다.

백업 자원도 문제다. 가장 경험이 많은 조성환은 발바닥 부상 중이다. UAE 전훈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재활 중이지만 고질적인 부상이라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은 센터백은 김영찬(23)과 최규백(22)이다. 김영찬은 2013년 전북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구와 수원FC에서 임대생으로 뛰었다. 지난 시즌 전북으로 돌아왔지만 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최규백은 신인이다. 둘 다 경험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낼 수 있다.

ACL 1차 최종 등록은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K리그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형일과 임종은 중 한 명이라도 부상에 사로잡힐 경우 수비력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골을 잃으면 최 감독이 원하는 '닥공'을 통해 두 골을 넣어 승리하면 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축구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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