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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K리그의 '명가'로 불린다.
여기에 모기업 삼성의 든든한 지원을 통한 과감한 투자로 걸출한 토종 스타와 용병을 대거 보유해 전북, FC서울 부럽지 않은 '호화군단'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 옛날이여!'다. 지난 2014년 제일기획으로 인수된 뒤 경영합리화를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호화'라는 수식어는 빠졌다. 어려운 한국경제와 그룹 사정을 감안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점차 평범한 팀으로 변하는 중이다. 외형적인 전력으로 첫인상을 평가하는 프로축구판이라 더욱 그렇다.
긴축재정에 2016년 시즌은 더 우울하다. 수원은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총 15명(군입대 3명 제외)을 내보냈다. '자금 여력이 없으니 떠나는 선수를 굳이 잡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에두 영입하고 싶었지만…, 왜?
수원은 에두 때문에 입맛만 다셨다. 지난해 전북을 떠나 중국 리그 허베이로 진출했던 에두가 팀에서 방출돼 K리그로 복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공론화된 것은 15일. 유력한 행선지로 친정팀 전북과 수원이 부상했다. 사실 수원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에두가 지난해 전북을 떠날 때 "전북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한데다, 전북이 최근 몇년새 막강한 선수 보강력을 보였다. 하지만 전북에는 외국인 선수 정원이 꽉 찼고, 수원은 외국인 선수 보강이 시급한 터라 에두 측 에이전트와 영입을 위한 접촉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실은 수원이 16일 구단 SNS를 통해 에두 영입 실패를 팬들에게 공지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16일 아침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에두가 '돈'보다는 주변 '환경'을 선호할 것이란 얘기도 나와 수원은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수원은 자금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에두에게 형성된 시장가격을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했지만 여력이 없었고, 에두 입장에서는 수원이 제시한 조건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두는 전북서는 물론 허베이에서도 확고하게 검증된 '특급용병'이다. 그의 폭발력과 노련미라면 선수 이탈이 극심한 수원에 천군만마가 될 게 확실했다. 올 시즌 6강 수준의 전력 평가를 듣고 있는 수원으로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궜던 지난 2시즌 연속 2위의 영광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추가 전력 보강을 갈망하는 서정원 감독은 물론 수원 선수들에게 미칠 심리적 안정감도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에두의 몸값을 도저히 맞추기 힘들었던 수원은 두손을 들어야 했다. 팬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구단 홈페이지 SNS를 통해 공지문을 올려 에두 영입 실패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대했던 일리안마저…
주머니 사정으로 에두를 붙잡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외국인 공격수 일리안 미찬스키마저 잃게 됐다. 수원 구단은 일리안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확정하고 금명간 해지를 위한 상호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설상가상이다. 돈없는 설움에 부상 악재까지 겹친 격이다. 이로써 수원은 현재 외국인 선수로 기존의 산토스와 올해 초 영입한 이고르 등 2명만 보유하게 됐다. 더 들여와도 시원찮을 판에 또 나간다. 일리안의 방출은 눈물을 머금고 내린 선택이다. 일리안은 지난해 7월 1년 계약으로 수원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작은 희망이었다. 당시 수원은 주전 공격수 정대세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황급히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아 나섰다. 그때도 재정 압박이 심해 큰돈을 투자할 수 없었고, 형편이 되는 선에서 6명의 후보를 추렸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코팅스태프와 스카우트들에게 후보 6명의 경기장면 영상을 분석해 적임자를 추천토록 했다. 일리안이 만장일치로 낙점됐다. 불가리아대표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었고, 거친 플레이가 특성인 독일 리그를 경험한 점에서 수원 구단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일리안은 고절적인 골반 근육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15시즌 일리안이 입단 뒤 열린 총 16경기 가운데 8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고 공격포인트는 전무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그의 부상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1월 경남 남해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할 때 잠깐 합류했다가 팀 훈련을 소화할 상태가 아니어서 제외됐고, 스페인 2차 전지훈련에는 동행하지도 못했다. 결국 수원 구단은 최근 일리안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남은 계약기간 4개월 동안 가동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아들였다. 일리안의 방출로 올 시즌 전력 공백이 더 커진 수원은 빠듯한 형편 때문에 뾰족한 대안을 빨리 찾지 못하고 있다.
수원 관계자는 대체 선수 보강에 대해 한숨만 내쉬면서도 "그래도 지금 남아 있는 젊은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전화위복으로 '명가'의 수식어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