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괌에 이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벌인 최용수 FC서울 감독(45)의 얼굴에는 한결 여유가 흘렀다.
2012년 K리그 우승,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그리고 지난해 FA컵 정상을 이끈 최 감독은 차원이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K리그에선 이미 '폭풍영입'을 한 전북과 상대할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CL은 물론 FA컵도 포기할 수 없다.
인터뷰 서두에 목표부터 물었다. '우승'이란 말이 입에서 놀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감은 거부하지 않았다. "여론에서 전북과 함께 서울을 거론하는데 선수들도 관심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으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우린 돈을 그렇게 안썼다. 대신 알짜배기 선수들만 영입했다. 만만한 팀이 없는 K리그에서 FC서울만의 내용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설렘을 안고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가 좋다." 그의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흘렀다.
|
이번에는 변화가 많아 새롭게 들어온 선수와 기존 선수들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팀에 빨리 녹아들려는 열정이 컸다. 주장 오스마르도 밀도높은 스킨십으로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데얀이 2년 만에 함께했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데얀이 수다스러운 것은 한결같더라(웃음). 그도 어느덧 35세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더라. 데얀은 훈련장에서 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동료들도 무한 신뢰를 보낼 정도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드리아노는 4차원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만 영혼이 맑다. 해맑은 소년이라고나 할까(웃음). 그래도 축구 지능만큼은 인정을 받고 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주영이는 재활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팀에 필요한 선수지만 현재는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아-데-박'에 대한 기대치를 알고 있지만 소신있게 갈 것이다. 선수들은 공정한 경쟁을 해야 된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아-데-박'은 없다. 감독이 아닌 팀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경기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감독은 선수를 버리지 않는다. 주영이는 팀의 중요한 자원인만큼 기다릴 것이다.
|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고 한 선언은 유효하나.
값비싼 선수들이 많아도 어차피 축구는 11명이 하는 거다. 교체도 3명밖에 못한다. 전북이 K리그 2연패를 했지만 객관적으로 전북 축구가 압도적으로 리그를 평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전북이 개인의 힘으로 고비를 넘는다면 우리는 더 단단한 팀워크로 무장할 것이다.
-서울과 전북의 K리그 개막전에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높다.
우린 힘을 빼고 들어갈 것이다. 긴 시즌의 한 경기일 뿐이다. 작은 물고기를 잡으려다 큰 물고기를 놓칠 수 있다. 부담과 긴장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물론 선수들의 승부욕은 막을 수 없다. 그 강도는 전북보다 더 세지 않을까 싶다.
-'슬로 스타트'의 오명을 전북전에서 털어낼 수도 있는데
전북전을 떠난 슬로 스타트에 대해서 내부 진단을 했다. 나부터 변했다. 강렬한 채찍이 해답이 아니었다. 훈련 강도도 예년에 비해 높지 않았고,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다. 그러니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춤을 추더라. K리그는 초반 5경기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올 시즌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최 감독은 "전북 못지 않은 백업의 경쟁력이 있다. 어느 해보다 안정감이 높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결국 백업의 싸움이다. 우린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없다. 과감하게 기회를 줄 것이고 충분히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ACL의 문이 먼저 열린다. 20일 태국 원정길에 오르는 서울은 23일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른다. 이어 삼일절에는 J리그 챔피언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홈으로 불러들여 2차전을 벌인다. 최 감독은 "조별리그가 한층 치열해졌다. 그래도 ACL은 즐거운 도전이다. 물론 반드시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은 선수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올 시즌 첫 번째 전술 카드는 3-5-2 시스템이다. "모든 팀이 다 같은 옷을 입을 수 없다. 다른 옷도 필요하다. 우린 스리백에 맞는 자원을 구성했다. 재작년, 작년과 달라진 것은 무게 중심이 앞이라는 점이다. 선수들에게 종적인 사고를 가져라고 주문했다. 또 속도와 창의력을 겸비한 축구가 올 시즌 우리 팀의 색깔이다."
최 감독은 나이를 떠나 12개팀 가운데 1부 리그 감독 경력만 따지면 최강희(전북) 김학범(성남)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중고참'이다. '독수리'는 다시 날개를 활짝 펼쳤다. 2016년 전장에 설 채비를 마쳤다.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과 여행의 공통점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팬들에게 우리의 트레이드마크인 무공해 축구와 서울극장, 두 가지 키워드는 당당히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팬들을 향한 그의 출사표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