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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감독이 만든 새로운 포항이 베일을 벗었다.
포항의 올 시즌 화두는 '스피드'다. 기존 포항의 색깔은 '스틸타카'로 불린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이었다. 최 감독은 여기에 스피드를 더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일단 하노이전에서 선수들의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던만큼 '스피드 포항'의 완성도를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심동운과 강상우, 두 측면 자원이 맹활약을 펼쳤다. 심동운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강상우도 간결한 드리블로 포항의 공격속도를 올렸다. 중앙과 측면을 오간 문창진도 올림픽예선을 치르며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이광혁도 가세할 경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손준호다. 손준호는 김태수(인천) 신진호(서울)가 빠진 중원을 홀로 이끌었다. 기존 멤버들이 짧은 패스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손준호는 롱패스도 능한 선수다. 전반 36분 심동운의 첫 골을 이끈 환상적인 롱패스도 손준호의 발끝에서 나왔다. 손준호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패스를 날리며 지난 시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최 감독이 국내외의 러브콜에도 손준호를 지켜낸 이유다.
아쉬운 원톱, 더 아쉬운 라자르
최 감독은 그간 포항의 자랑이었던 제로톱 대신 공격수를 활용한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포항은 지난 시즌 울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양동현을 데려오며 그토록 원했던 원톱 자원을 더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인 라자르와의 시너지가 예상됐다. 최 감독은 양동현을 최전방에, 라자르를 오른쪽 측면으로 기용하며 공존 해법을 찾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부진했다. 양동현은 움직임의 폭이 좁았다. 빠른 미드필더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측면에 선 라자르는 경기 내내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제로톱 스타일인 최호주가 투입되며 공격 속도가 올라간 점을 생각해보면 최 감독식 공격운영에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수비진의 호흡도 아쉬웠다. 포항의 수비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하노이전에서는 뭔가 어긋난 모습이었다. 하노이 공격진의 수준이 높았다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손준호가 막혔을 경우 경기를 풀어줄 다른 선수들이 없다는 점도 최 감독이 시즌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