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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독한 색깔을 입히겠다."
우리카드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OK저축은행 사령탑인 김세진 감독은 김 감독의 오랜 친구다. 어쩌면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부러움 보다는 우리도 탄탄한 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내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선수' 김상우는 누구보다 화려했다. 국내 최고 센터로 손꼽혔던 김 감독은 1998년 한국배구 슈퍼리그 베스트6에 선정됐다. 2001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배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김 감독은 2008년 체육훈장 백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감독' 김상우의 여정은 험난했다. 2010년 4월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전신)의 감독대행이던 김 감독이 정식 감독이 되면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1년 9월 경질됐다. 이후 김 감독은 방송 해설위원을 하며 현장에서 잠시 물러섰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 지휘봉을 놓기엔 김 감독의 심장이 뜨거웠다. 2013년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프로는 아니었다. 성균관대학교 배구단이었다. 후진 양성에 뜻을 뒀다.
약 1년 6개월 뒤 김 감독은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 과거 경질의 아픔을 씻어내고 싶었다. 지난해 4월 해체 직전까지 갔던 우리카드가 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대학 감독과 해설위원을 병행하며 바쁜 삶을 살았다. 당시 우리카드가 해체 직전에서 살아났다. 나도 LIG에서 안 좋았다"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때 지도했던 (성균관대) 선수들은 갑자기 감독을 잃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카드가 꾸준히 최하위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김 감독은 "지금은 힘든 게 맞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올 시즌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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