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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훈련 했는데 확실히 힘드네요.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K리그가 그리웠다
17일 성남 동계 전지훈련지인 전남 순천에서 만난 황진성이 꺼낸 첫 마디는 '정'이었다. "해외에서 뛰면서 늘 K리그가 그리웠다. 국내에서 뛸 때는 몰랐는데 해외에 나가보니 난 그저 외국인 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같은 한국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지금이 너무 좋다." 선수라면 한 번쯤 꿈꿔 볼 만한 해외 무대 진출은 황진성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황진성은 "벨기에나 일본 모두 생활하기에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훈련이나 경기에 나서면 한국 선수들처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일본에선 부상 회복 뒤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었는데 감독 교체 뒤 이런저런 차별을 받으며 마음고생도 했다"고 지난 2년 간의 도전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그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를 그리워 했던 마음을 그라운드에서 다 풀어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의 겨울은 '지옥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해외 전지훈련 전 거치는 강릉-순천 코스는 선수들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꼽힌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강도높은 체력훈련 속에 응급실을 찾는 선수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기술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황진성에겐 버거운 도전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황진성은 "팀에 합류해 1주일 간 훈련했는데 확실히 힘이 든다"고 웃으며 "하루 일정이 빈틈없이 꽉 차 있다. 하지만 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면 확실히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학범 예찬론'도 빠지지 않았다. "훈련장에서의 감독님 스타일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웃음). 하지만 바깥에선 의외로 섬세한 면이 많다. 선수 하나하나 살뜰하게 챙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친정팀 포항, 이제는 적이다
K리그 복귀전을 준비하는 황진성은 들뜬 모습이다.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기분"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운명을 피할 순 없다. 프로 데뷔 이래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를 누볐던 황진성은 올해 '적'으로 포항을 만나야 한다. 4월 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가 첫 맞대결이다. 고향 같은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6월 15일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황진성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항상 홈 라커룸에서 그라운드에 나섰는데 원정팀 선수로 스틸야드에 서면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옛정보다 중요한 게 팀의 승리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황진성에게 포항전 역시 '승리'를 목표로 뛰어야 하는 경기다. 황진성은 "포항 팬들이 '비록 성남으로 갔지만 잘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줬다.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라며 "지금은 성남의 선수인 만큼 포항 원정에 가더라도 열심히 뛰며 득점이나 도움을 하는 게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클럽맨'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 2년 간 향수와 간절함을 품고 K리그로 돌아온 황진성이 '성남 레전드'로 거듭날 지 주목된다.
순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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