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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과 이승우는 여러 모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이승우는 기술적인 면만 놓고 보면 또래는 물론 성인 선수들과 겨뤄도 앞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 수비수 2~3명은 가볍게 제칠 수 있는 발재간과 드리블 능력, 볼 간수 능력은 이승우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수행 능력 역시 뛰어난 발재간이 더해져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킬패스 역시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을 거치면서 충분히 입증된 부분이다. 이승우는 개인기와 드리블, 볼트래핑, 세트피스, 패스 등 8개 중 5개 항목에서 황희찬을 앞섰다.
황희찬은 포철고 시절부터 '괴물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어느 위치에서도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골 결정력과 슈팅 능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승우와 비교하면 현재까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황희찬은 헤딩을 통한 제공권 장악력에서 이승우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라운드에 함께 설 동료들과 지도자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극찬을 받던 선수들이 성장 과정에서 그라운드 안팎의 변수를 넘지 못한 채 무너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채 20세가 되지 않은 황희찬과 이승우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래서 더욱 같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두 선수의 정신적 능력은 '동급 최강'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 위치선정과 대담성, 승부욕, 집중력 모두 충분히 증명됐다. 미세한 차이는 있다. 황희찬은 소속팀과 신태용호에서 공수 전반을 누비는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다. 단순히 전방에만 머무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정형적인 원톱'이 아닌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커버 플레이까지 시도하며 공격을 진두지휘 하는 '완성형 포워드'에 가깝다. 포항 유스 시절부터 쌓아온 끈끈한 팀워크 역시 강점이다. 이승우는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팀워크를 최진철호와 함께 한 2015년 칠레 U-17 월드컵을 통해 극복했지만 황희찬에 비해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천재성과 패스 한 방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 수 있는 넓은 시야는 '천재형 포워드'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부분이다.
신체적 능력=황희찬 승
뛰어난 개인기를 가졌더라도 90분을 버티지 못한다면 '반쪽 짜리 선수'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기와 팀워크로 부족한 체력을 커버할 수는 있지만 한 경기를 책임지긴 어렵다는 불확실성은 결국 전술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살 형'인 황희찬이 이승우보다 앞서는 부분은 바로 탁월한 체격이다. 황희찬은 현대 공격수 치고는 다소 작은 1m77의 키를 엄청난 웨이트로 커버해왔다. 그 결과 상대와 경합시 볼을 꾸준히 소유할 수 있는 균형감각과 2~3명의 마크도 제칠 수 있는 몸싸움 능력을 얻었다. 동료들이 전방으로 연결해주는 패스를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기본적인 스피드 역시 동년배 선수들을 뛰어 넘을 만한 수준이다. 90분을 소화할 만한 지구력 역시 충분하다. 1m70, 60㎏인 이승우는 황희찬에 비해 순간적인 움직임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황희찬처럼 스스로 적진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싸워 마무리까지 연결하는 '파이터'보다는 2선 호위부대의 도움 속에 공격에 좀 더 치중하는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이탈리아어로 4분의 3이라는 뜻으로 섀도스트라이커를 의미한다)'형 선수에 가깝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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