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황희찬vs이승우]①이래서 황희찬/이승우가 더 낫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1-07 20:57


2016년, 두 명의 슈퍼탤런트가 축구 팬을 설레게 한다. 주인공은 '코리안 수아레스' 황희찬(20·잘츠부르크)과 '코리안 메시' 이승우(18·바르셀로나 B)다. '차범근 축구대상' 수상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둘은 닮은꼴이다. 현재 걷고 있는 길과 꿈꾸는 미래가 비슷하다. 스포츠조선은 한국 축구를 한단계 더 도약시킬 황희찬과 이승우를 전격 비교했다.


12일 오후 경기도 이천 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과 호주 올림픽대표팀의 친선경기 2차전이 열렸다. 한국 황희찬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2.
황희찬 이래서 낫다

최근 유럽 진출의 트렌드는 철저한 현지화다. 동북고를 중퇴하고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한 손흥민(토트넘),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바르셀로나 유스팀으로 들어간 이승우가 그랬다. 황희찬은 다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K리그를 중심으로 연령별 유스시스템에 많은 공을 들였다. 황희찬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자리잡은 '한국형 유스시스템'의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 신곡초 시절 국내외 대회에서 득점왕을 휩쓸며 재능을 인정받은 황희찬은 최문식 현 대전 감독의 눈에 띄어 국내 유스팀 중 최고로 평가받는 포항의 유니폼을 입었다. 재능에 체계적인 교육이 더해진 황희찬은 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에서도 득점왕과 MVP를 휩쓸며 동급 최강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한국축구 최고의 유망주에게 유럽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황희찬을 우선지명한 포항은 절대이적불가를 외쳤다. 포항 잔류와 유럽행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황희찬은 2014년 말 협상 도중 전격적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행을 택했다. K리그를 등진 그에게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황희찬은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잘츠부르크의 위성구단인 오스트리아 2부리그의 리퍼링으로 임대된 황희찬은 2014~2015시즌 13경기에서 2골-2도움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올 시즌 17경기에서 11골-7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고무된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을 1군으로 합류시키며 그를 '팀의 미래'에서 '현재'로 위상을 격상시켰다.

신태용호도 그를 주목했다.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고민하던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에 황희찬을 전격적으로 합류시켰다. 월반한 황희찬에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럽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황희찬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형들을 압도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황희찬은 한국축구가 강점으로 갖고 있는 부분들을 가장 잘하는 공격수다. 부지런하고, 빠르며, 많이 뛰고, 저돌적이다. 여기에 기술에 멘탈까지 갖췄다. 이승우보다 천재성은 떨어지지만 지도자 입장에서 더 믿음이 가는 공격수다. 여기에 하나 더. 손흥민도, 이승우도 모두 대표팀 합류 초기 적응으로 고생했다. 그들이 배워온 유럽축구와 다른 한국축구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한국축구의 장점을 습득한 황희찬은 올림픽호 합류 후에도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기존 스타일은 유지시키고 수준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황희찬이 지금처럼 유럽에서 성장을 거듭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국형 공격수'의 완성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승우 이래서 낫다

이승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수원종합운동장 내 인조잔디에서 공을 찰 때부터 동급을 넘어선 기량을 뽐냈다. 2010년, 화려한 축구 인생의 시작을 알렸다. 대동초 시절 유소년 대회에서 득점왕와 도움왕을 휩쓴 이승우는 그 해 남아공 다농네이션스컵 득점왕에 오른 뒤 이듬 해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스카우트됐다. 세계에서 최고의 유망주들만 모인다는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이었다. 그러나 이승우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페인 접수에 나섰다. 2011년 바르셀로나 15세 이하 팀에서 38골(29경기)을 터뜨렸다. 리오넬 메시의 유스 시절 기록을 뛰어넘었다. 자연스럽게 '스타덤'에 올랐다.


이승우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플레이가 메시를 연상시킨다는 점이었다. 조그마한 체격 조건을 비롯해 빠른 스피드, 화려한 개인기, 저돌적인 돌파, 축구 센스 등 모든 요소가 메시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아시아 메시'라는 극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2013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계가 멈췄다.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18세 미만 유소년 영입 규정을 위반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소방수는 한국 연령별대표팀이었다. 이승우를 대표팀에 소집해 감각과 기술을 유지시켰다. 이승우는 지난해 세계 축구에서 주목을 받았다.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 최진철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골은 넣지 못했지만 황희찬을 앞선 기술적인 능력과 '희생'이 가미된 이타적인 플레이에 큰 박수를 받았다. 단점도 드러나긴 했다. 신체조건이 뛰어나지 못하다보니 성인 선수들 못지 않은 체격조건을 뽐내는 유럽 선수들과의 몸 싸움을 당해내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체적인 면에서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탄탄한 몸매를 갖춘 황희찬에게 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승우는 2016년 1월 6일 활짝 웃었다. 18세 생일을 맞아 3년여간 이어져온 FIFA 징계에서 벗어났다. 7일 바르셀로나와 프로 계약과 FIFA 선수 등록을 진행하는 이승우는 후베닐 A(19세 이하)에서 감각을 끌어올린 뒤 바르셀로나 B(2군)에서 기량을 검증받게 된다. 내년 시즌에는 1군 승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우는 1년여 뒤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릴 20세 이하 월드컵 출전이다. 핵심 멤버인 이승우는 홈 이점을 살려 우승까지도 바라고 있다.


김진회, 박찬준 기자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