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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바로 그 힐킥골. ⓒ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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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혼자서 11명을 모두 제칠수는 없는 법이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효율적으로 공격하고, 효율적으로 수비하기 위해 전술이라는 것이 태어났다. 전술은 약속된 움직임이다. 모든 선수들이 볼을 가질 수 없는만큼 볼을 갖고 있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결정된다. 수비수는 빈공간이 보이면 이를 커버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공격수는 볼을 받기 편하거나,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 이게 바로 '오프더볼(OFF THE BALL·볼을 갖지 않았을때의 움직임)'이다. 손흥민(토트넘)의 최근 문제도 여기에 있다.
최악의 평점을 받았던 4일(한국시각) 에버턴전을 돌이켜보자. 손흥민은 1-1로 맞선 후반 24분 교체 투입됐다. 프리롤이었다. 좌우측면은 물론 중앙으로 수시로 움직였다. 하지만 움직임의 질이 너무 나빴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곳으로 주로 움직였다. 히트맵 결과 페널티박스 중앙 바로 바깥이 가장 많이 머문 지역이었다. 원톱 해리 케인의 동선과 겹치는 모습이었다. 토트넘 미드필더 입장에서는 가장 힘이 넘치는 공격수를 활용해야 했지만 볼을 줄 수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2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단 15번의 터치 밖에 하지 못했다. 위협 지역에서 볼을 받지 못하니 슈팅도 단 한차례 밖에 하지 못했다.
에버턴전 뿐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최근 교체 투입된 경기에서 의욕은 앞섰지만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진 토트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10월 중요한 전술변화를 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델레 알리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올리고, 무사 뎀벨레를 알리 자리에 넣었다. 중앙 지향적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에릭 라멜라를 좌우에 배치했다. 이 조합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뎀벨레는 트레이드마크인 엄청난 키핑력을 바탕으로 공수를 조율했고, 후방에 있던 알리는 2선으로 배치되며 공격력을 폭발시켰다. 에릭센과 라멜라는 무한 스위칭과 무한 침투로 공격에 활로를 찾았다. 2선 침투가 활발해지자 뒤로 내려와 플레이하는 것을 즐기는 해리 케인도 살아났다.
토트넘은 중앙 지향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컬러로 변신했다. 측면 돌파를 주 공격루트로 삼았던, 손흥민이 부상하기 전과는 다른 환경이다. 측면에서는 상대 수비와의 1대1 돌파가 중요한만큼 '온더볼(ON THE BALL·볼을 갖고 있을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앙 지향적 환경에서 공격을 하려면 오프더볼이 중요하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세밀함이 떨어지는 손흥민은 독일에서도 오프더볼 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활로가 막혀버렸다.
해법은 역시 '선배' 박지성이다. 박지성의 움직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보다 스피드도 느렸고, 폭발력도 떨어지고, 슈팅도 약했던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롱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월드클래스급의 오프더볼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도 "박지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간 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이를 바탕으로 공수를 누비며 어느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했다. '오프더볼'은 손흥민이 더 높은 레벨로 올라서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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