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EPL서 조우한 '쌍용', 그들의 2막이 열렸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5-12-29 18:06


이청용과 기성용이 29일 열린 EPL 19라운드 후 믹스트존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런던=임종훈 통신원


'쌍용'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은 절친한 사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2006년부터 K리그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쌍용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2009년 여름, 둘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으로 이적했다. 한 둥지에서 자란 두 친구는 이렇게 각자의 축구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2년 9월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나 스완지시티(이하 스완지)에 입단했다. 오매불망하던 쌍용의 만남이 성사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해 이청용의 소속팀인 볼턴이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되면서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됐다.

또 다시 3년이 흘렀다. 2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벌어진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완지의 2015~2016시즌 EPL 19라운드. 기성용과 이청용은 나란히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 더비'에 주목했다.

기성용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후반 11분 존 조 셸비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볼키핑으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청용이 화답했다. 이청용은 후반 26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투입됐다. 약 20분의 시간. 기성용과 이청용은 적이 되어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다.

첫 쌍용 더비는 0대0으로 끝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오래 기다렸던 만남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까. 경기가 끝난 후에도 쌍용이 내뿜었던 거친 호흡이 공기 중에 맴돌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기성용의 첫 마디였다. 기성용은 경기 종료 후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청용이랑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있었다. 따로 플레이 하는 게 어색하고 다른 팀에서 만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났다는 게 뜻 깊었다"고 말했다. 유망주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는 이제 20대 후반이 됐다. 기성용은 "서로가 30대를 향해 가고 있다. 어렸을 때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늦었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로 맞붙는게 어색하기는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은 "성용이와 처음으로 경기를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기여서 기분이 남달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성용이가 들어간 이후 우리팀(크리스탈 팰리스)이 굉장히 힘들어졌기 때문에 (기성용이)전반부터 안 나온게 다행인 것 같다"며 엄지를 세웠다.

쌍용의 첫 만남과 함께 2015년이 저물었다. 기성용과 이청용의 2016년은 어떤 그림일까. '따로 또 같이'하는 쌍용의 축구인생 2막은 지금부터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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