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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천의 힘, 대구 축구 꽃피울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11-23 08:29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불과 3년 전이다.

대구FC가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될 때, 비난의 화살이 비오듯 쏟아졌다. 이사회는 책임을 추궁했고, 감독 선임을 두고 잡음이 오갔다. 구단 프런트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선수단 분위기는 사분오열 됐다. 팬심은 점점 멀어져 갔다. 대구FC는 '공부 못하는 낙제생', '천덕꾸러기'였다.

22일 대구스타디움. 부천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최종 라운드를 앞둔 대구 프런트들의 미묘한 표정은 킥오프를 앞두고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3031명. 2만여명을 돌파한 리그 개막전에 이어 시즌 홈 경기서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랫물'인 챌린지 무대에서 1만명이 넘는 관중몰이를 하는 경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한때 따가운 눈총 속에 숨죽여야 했던 대구FC가 와신상담 끝에 실력을 쌓은 봄날이었다.

정작 대구 프런트들이 놀란 것은 관중들의 호응이었다. 대구 팬들은 90분 내내 "대구!"를 연호했다. 장면이 교차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후반 막판 대구가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을 때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대구가 찬스를 살린 채 1대1로 비기자, 일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쥔 채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 속에 자리를 뜨는 대구 관중들은 박수로 이들을 위로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엔 힘이 실려 있었다.

대구 관계자는 "숫자로 보면 시즌 개막전 입장객 수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관중들의 반응과 호응은 오늘이 훨씬 좋았다"며 "선수들이 '월드컵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두 팀 모두 없던 힘까지 짜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구단 프런트라면 모두 오늘과 같은 분위기 속에 홈 경기를 치러보고 싶을 것"이라며 "오늘의 경험이 대구의 미래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천전에서 승리를 놓친 대구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수원FC-서울 이랜드 간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 경기를 잡으면 12월 2일과 5일 홈 앤드 어웨이로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최대 두 차레 홈 경기를 더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대구 관계자는 "승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민들의 관심도 상승세다. 오늘 경기의 아쉬움이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대감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대구가 '클래식 승격 도전'을 계기로 비로소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과연 대구 축구의 봄날은 올까.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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