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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년 전이다.
정작 대구 프런트들이 놀란 것은 관중들의 호응이었다. 대구 팬들은 90분 내내 "대구!"를 연호했다. 장면이 교차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후반 막판 대구가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을 때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대구가 찬스를 살린 채 1대1로 비기자, 일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쥔 채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 속에 자리를 뜨는 대구 관중들은 박수로 이들을 위로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엔 힘이 실려 있었다.
대구 관계자는 "숫자로 보면 시즌 개막전 입장객 수에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관중들의 반응과 호응은 오늘이 훨씬 좋았다"며 "선수들이 '월드컵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두 팀 모두 없던 힘까지 짜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구단 프런트라면 모두 오늘과 같은 분위기 속에 홈 경기를 치러보고 싶을 것"이라며 "오늘의 경험이 대구의 미래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천전에서 승리를 놓친 대구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수원FC-서울 이랜드 간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 경기를 잡으면 12월 2일과 5일 홈 앤드 어웨이로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최대 두 차레 홈 경기를 더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대구 관계자는 "승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민들의 관심도 상승세다. 오늘 경기의 아쉬움이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대감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대구가 '클래식 승격 도전'을 계기로 비로소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과연 대구 축구의 봄날은 올까.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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