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5년 W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WK리그 최고의 신인선수,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누구일까.
일본 여자실업 나데시코리그는 매년 리그가 끝나면 시상식을 갖는다. 베스트일레븐과 함께 MVP를 선정한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고베 아이낙 시절인 2012~2013시즌 2년 연속 베스트 미드필더의 영예를 안았다. 2014시즌 영국에 진출한 지소연은 첫 시즌부터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다. WSL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만약 지소연이 일본, 영국리그에서 뛰지 않고 WK리그에서 뛰었더라면 이런 상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WK리그가 첫 출범한 이후 지난 6년간 WK리그 시상식은 없었다.
WK리그 출범 이전인 2006년 '여자축구인의 밤' 행사가 제정됐다. 송년회를 겸한 이 자리에서 초중고 대학 실업 우수팀과 우수선수, 우수지도자를 선정해 시상하는 여자축구 시상식이 열렸다. 그러나 여자축구 최고의 리그인 WK리그만의 시상식은 한 번도 없었다. 남자축구에선 K리그부터 내셔널리그까지 일상이 된 일이 여자축구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장에서 마주친 한 선수는 "WK리그 시상식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일이다. 그러나 늘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이 전부다.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않는 팀이나 선수, 시즌 중 활약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축구처럼 월드컵 4강도 하고, 지원이 당연하게 이뤄진다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지만, 여자선수들은 다들 마음으로 바라기만 할뿐 감히 요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WK리그 현장의 지도자, 선수들도 시상식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한 감독은 "여자리그에도 당연히 시상식은 있어야 한다"면서 "1년 내내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될뿐만 아니라 팬, 언론과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감독은 "여자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인정이 당연히 필요하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라운드 베스트11과 라운드 MVP도 선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시상식은 돈보다 '마음'의 문제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예산의 문제라면 영국축구협회(FA) '올해의 선수상'과 같이 K리그 시상식과 함께 치르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전가을, 박은선 등 '언니'들을 바라보며 공을 차는 여자축구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한 시즌의 활약을 축하하고, 치하할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로 여자축구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시즌 W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17골을 터뜨린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로라러스,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도움왕'은 인천 현대제철의 따이스(9도움)다. 토종 득점왕은 10골을 터뜨린 문미라(이천 대교), 토종 도움왕은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윤지(수원시시설관리공단)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도 어제처럼 신나게 달리는 그녀들을 위한 축제를 준비할 시간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