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자축구 WK리그,왜 시상식이 없을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1-18 18:15 | 최종수정 2015-11-18 19:25





2015년 W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WK리그 최고의 신인선수,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누구일까.

지난 9일 인천 현대제철과 이천 대교의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을 마지막으로 또 한번의 시즌이 막을 내렸다. 챔피언결정 2차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였다. 120분 혈투는 '국대' 골키퍼들의 승부차기 끝에 명암이 엇갈렸다. 승패를 떠나 감동이 물결친 일전이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경기력, 투혼, 모든 면에서 최고의 경기였다.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인천 현대제철이 사상 첫 통합 3연패에 성공했고, 인천 현대제철 주장 이세은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라운드 즉석 시상식으로 한 시즌이 막을 내렸다.

남자축구 K리그는 아직 진행중인 상황,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가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12월 1일) 준비가 한창이다. 열혈 축구팬을 초청하기 위한 '전국축덕자랑' 이벤트도 마련했다. WK리그는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휴지기에 돌입했다. 치열했던 '그들만의 리그'는 올해도 그렇게 소리없이 끝났다.

일본 여자실업 나데시코리그는 매년 리그가 끝나면 시상식을 갖는다. 베스트일레븐과 함께 MVP를 선정한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고베 아이낙 시절인 2012~2013시즌 2년 연속 베스트 미드필더의 영예를 안았다. 2014시즌 영국에 진출한 지소연은 첫 시즌부터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다. WSL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만약 지소연이 일본, 영국리그에서 뛰지 않고 WK리그에서 뛰었더라면 이런 상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WK리그가 첫 출범한 이후 지난 6년간 WK리그 시상식은 없었다.

WK리그 출범 이전인 2006년 '여자축구인의 밤' 행사가 제정됐다. 송년회를 겸한 이 자리에서 초중고 대학 실업 우수팀과 우수선수, 우수지도자를 선정해 시상하는 여자축구 시상식이 열렸다. 그러나 여자축구 최고의 리그인 WK리그만의 시상식은 한 번도 없었다. 남자축구에선 K리그부터 내셔널리그까지 일상이 된 일이 여자축구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장에서 마주친 한 선수는 "WK리그 시상식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일이다. 그러나 늘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이 전부다.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않는 팀이나 선수, 시즌 중 활약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축구처럼 월드컵 4강도 하고, 지원이 당연하게 이뤄진다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지만, 여자선수들은 다들 마음으로 바라기만 할뿐 감히 요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MVP, 최고의 팀, 최고의 지도자를 선정하고, 득점왕, 도움왕, 신인왕, 23세 이하 영플레이어상을 뽑는 일은 한 시즌 농사를 마무리하는 즐거운 이벤트이자, 행복한 축제다.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맞붙던 선수들이 우정을 다지고, 서로를 축복하는 화합의 장이 된다. '팬들이 뽑은 최고선수' '선수들이 뽑은 최고선수' 등을 통해, 팬과 선수, 미디어가 서로 소통하고, 유쾌한 이슈를 만들 좋은 기회도 된다. 역대 MVP, 득점왕 기록은 자연스럽게 WK리그의 역사가 된다.

WK리그 현장의 지도자, 선수들도 시상식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한 감독은 "여자리그에도 당연히 시상식은 있어야 한다"면서 "1년 내내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될뿐만 아니라 팬, 언론과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감독은 "여자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인정이 당연히 필요하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라운드 베스트11과 라운드 MVP도 선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시상식은 돈보다 '마음'의 문제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예산의 문제라면 영국축구협회(FA) '올해의 선수상'과 같이 K리그 시상식과 함께 치르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전가을, 박은선 등 '언니'들을 바라보며 공을 차는 여자축구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한 시즌의 활약을 축하하고, 치하할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로 여자축구연맹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시즌 W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17골을 터뜨린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로라러스,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도움왕'은 인천 현대제철의 따이스(9도움)다. 토종 득점왕은 10골을 터뜨린 문미라(이천 대교), 토종 도움왕은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윤지(수원시시설관리공단)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도 어제처럼 신나게 달리는 그녀들을 위한 축제를 준비할 시간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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