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전 분석]슈틸리케호 플랜 A와 B 허문 전술 'Key'는 'Ki'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10-13 22:00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자메이카와 친선 평가전을 펼쳤다. FIFA랭킹 57위 자메이카는 지난 7월에 치러진 골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팀으로 FIFA 랭킹에서도 한국(53위)과 비슷하다.
기성용이 후반 페널티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13

플랜A와 B의 경계는 없었다.

닷새 전인 8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쿠웨이트전(1대0 승) 베스트 11과 비교해 무려 9명이 바뀌었다.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는 슈틸리케호의 현주소였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미소가 상암벌을 가득채웠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대한민국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3대0으로 완승했다. 전반 35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후반 11분 기성용(스완지시티), 후반 18분 황의조(성남)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7월 북중미 골드컵에서 미국을 2대1로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멕시코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자메이카는 신흥강호다웠다. 정예멤버가 출격했고, 스피드와 파워도 대단했다. 그러나 전반 초반 반짝했을 뿐 골문이 열리자 허망하게 무너졌다. 슈틸리케호의 상승세를 멈추지 못했다.

슈틸리케호는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1대0 승) 이후 약 7개월 만에 아시아권을 벗어났다. 자메이카전은 슈틸리케호의 현재를 재점검하는 무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팀의 골격이 완성됐다고 공표했다. 그의 선언은 무늬가 아니었다.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소화하게 됐다.

전술 'Key'는 'Ki'

대대적인 변화에도 중심은 그대로였다. 전술의 '키(Key)'는 '기(Ki)'성용이었다. 전진 배치된 그는 사실상의 '프리롤' 임무를 맡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의 한수'였다. 기성용이 포진했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정우영(빗셀 고베)과 한국영(카타르SC)이 짝을 이뤘다.

기성용은 최전방 압박에서부터 자유자재로 공간을 창출했다. 전반 20분과 31분 완벽한 기회를 맞았지만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한 번에 수비수에 막혔고, 한 번은 허공을 갈랐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원톱 황의조(성남)와 좌우측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이재성(전북)이 기성용의 움직임에 고무돼 동반 상승곡선을 그렸다.


후방의 미드필더는 정우영과 한국영이 든든하게 지켰다. 특히 정우영은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기성용에게 날개를 달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B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용이 포진했기에 가능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이 부상으로 이번 달 A매치 2연전에 결장했다. 기성용 홀로 꾸준하다.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그는 주장으로 건재를 과시했고, 전술의 핵으로 그라운드를 지휘했다. '슈틸리케호=기성용'이라는 등식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팬들도 고개를 숙였다. 후반 43분 교체된 그는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슈틸리케의 마법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날이었다. 그는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A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그는 10월 10일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2대0 승)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1승을 추가한 그의 1년 역사는 16승3무3패로 기록됐다.

슈틸리케의 마법은 진행형이다. 생각대로 팀이 움직이고 있다. 태극전사들도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깼다. 이름값보다 실력을 중시했고, 혜안 또한 특별했다. 세밀한 장점에 반응하며, 선수들을 중용했다.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이 첫 작품이었다. 이재성(수원) 권창훈(수원) 정우영(빗셀 고베)이 슈틸리케호에 뿌리를 내렸다. 석현준(비토리아FC)과 황의조도 더 이상 태극마크가 어색하지 않다.

기존 선수들과의 건강한 경쟁도 뿌리내렸다. 생존을 위해서는 뛰고 또 뛰어야 했다. 자메이카전에서는 지동원이 부활했다. 한국영도 고군분투했다. 이날 수비라인은 쿠웨이트전과 전혀 다른 옷이었다. 쿠웨이트전에선 박주호(도르트문트) 곽태휘(알 힐랄)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포백에 섰다. 자메이카전에서는 김진수(호펜하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기희(전북) 김창수(가시와)가 선발 출격했다. 수문장도 김승규(울산)에서 정성룡(수원)으로 바뀌었다. 다시 한번 무실점을 질주하며 기복없는 진용을 자랑했다.

슈틸리케호는 안정과 실험, 두 축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오늘은 환희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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