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K리그 클래식 6강 경우의 수, 전남 드래곤즈는 객관적으로 가장 불리하다.
32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0대2로 패한 직후 전남 라커룸. 이지남, 방대종 등 고참 수비수들이 눈물을 쏟았다. 이겨야 사는 경기에서 실책으로 2골을 내준 데 대한 회한과 자책이었다. 31라운드 울산전에서 2골을 먼저 넣고 3골을 내주며 역전패한 후 수비진의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주전 센터백 임종은마저 무릎을 다친 상황, 몸 던지는 사투를 벌였지만 승부를 돌이키지 못했다. 6강 탈락은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30분 뒤 '고춧가루 부대' 울산이 김신욱의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인천에 2대1로 승리했고, 다시 '경우의 수' 계산이 시작됐다. "희망이 될지, 희망고문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인천(승점 45·골득실 +3), 제주(승점 43·골득실 0), 전남(승점 42·골득실 -2), 피말리는 '경우의 수' 3파전이 다시 시작됐다. 4일 펼쳐질 최후의 33라운드, 전남이 가장 어렵다. 서울 원정에서 무조건 대승한 후 인천이 성남에 대패하거나, 제주가 전북에 비기거나 패할 '경우의 수', 바늘구멍같은 가능성을 뚫어내야 한다. 5위 서울은 한가위 홈 경기에서 몰리나의 2도움에 힘입어 광주를 3대1로 눌렀다. 4위 성남(승점51)과 승점이 같아졌고 3위 포항(승점 53)을 승점 2점차로 추격하며 상위권 전쟁의 불씨를 당겼다. 스플릿 리그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에서 전남에 승리할 경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총력전으로 나설 것이 확실하다.
노상래 전남 감독의 '한가위 구상'은 끝났다. "스플릿 리그를 앞두고 매경기 쫓기다 보니 좋은 생각이 많이 나지 않았다. 우리 팀의 장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9경기 연속 무승은 진한 아쉬움이다. '한가위 휴식' 직후 노 감독은 '쿨'해졌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센터백 임종은이 부상했고, 스테보는 지쳤고, 안용우 등 주요 선수들도 부상을 참고 뛴다. 시즌 내내 열심히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고갈된 면이 있다"고 했다. '희망고문'의 부담감을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에게 떠넘기지 않기로 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 탓"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남 스쿼드는 얇다. 스물한두 명의 선수로 한 시즌을 꿋꿋이 버텨왔다. 극한의 긴장감과 피로감 속에 선수들을 한계로 모는 '무리수'는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선수들을 내몰지 않기로, 선수들을 지키기로, 그러나 선수들을 마지막까지 믿기로 작정했다. 가장 부담되는 경기를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경쾌하게 나서는 방법과 자세를 고민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겸허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것이 프로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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