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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하는 우스개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은 겹치기로 권창훈을 원했다.
권창훈은 올림픽대표팀에서도 핵심 자원이다. 핵심 자원이지만 정작 신태용호에서는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 3월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3경기에 참가한 이후 신 감독의 품에 들어가지 못했다. 6월 신태용호가 프랑스, 튀니지 원정을 떠날 때 합류할 수 있었지만 소속팀 수원의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 실험에 화룡점정이 됐다는 호평을 안은 권창훈은 A대표팀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젊은피'로 자리잡았다. 작년 12월 제주 전지훈련때 부름받았지만 슈틸리케호에 승선하지 못했던 권창훈을 제대로 승선시키는데 숨은 역할을 한 이가 신 감독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과 '절친'인 신 감독은 서 감독과 수시로 연락하며 권창훈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A대표팀 발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 감독이 슈틸리케호의 수석코치를 겸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신 감독 입장에서 자신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 우선을 고집하기 힘들었다. 한국축구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결국 슈틸리케와 신 감독이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일단 올림픽대표팀이 권창훈을 양보하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권창훈을 포함한 23명 명단을 발표한 뒤 "권창훈, 신태용 수석코치와 면담을 했다. 쿠웨이트전을 승리로 마친다면 11월 올림픽대표팀의 친선경기 일정에 합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8일 아시아지역 2차예선 마지막 중동원정으로 치르는 쿠웨이트와의 4차전 승리로 최종예선 직행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다걸기'로 쏟아붓겠다는 의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창훈을 포함한 전력 풀가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우선 순위에 따르기로 했다. 신 감독은 이날 다음달 12일 호주와의 평가전에 나설 올림픽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권창훈을 제외하고 국내파 12명, 해외파 7명, 대학생 4명 등으로 구성된 23명을 발표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신태용호는 내년 1월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비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이번 양보로 11월부터 권창훈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받은 만큼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윈-윈을 기대할 수 있다.
'원석' 권창훈이 '보석'으로 착실히 다듬어지고 있다. 한국축구의 행복한 고민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호주 평가전 올림픽 대표팀 명단(23명)
GK=김동준(21·연세대) 이창근(22·부산) 김형근(21·영남대)
DF=송주훈(21·미토 홀리호크) 정승현(21·울산) 연제민(22·수원) 박동진(21·한남대) 심상민(22·서울) 구현준(22·부산) 이슬찬(22·전남) 감한솔(22·대구)
MF=이찬동(22·광주) 김민태(22·베갈타 센다이) 김승준(21) 이영재(21·이상 울산) 최경록(20·장트파울리) 류승우(22·레버쿠젠) 유인수(21·광운대) 한성규(22·수원)
FW=김 현(22·제주) 박인혁(20·프랑크푸르트) 황희찬(19·리퍼링) 지언학(21·알코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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