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펄펄 난 김신욱, 슈틸리케는 왜 외면했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9-30 07:01



'진격의 거인' 김신욱(27·울산), 9월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였다.

매 경기 그의 발이 빛났다. 이번 달에 펼쳐진 K리그 클래식 4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장기인 헤딩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득점 레이스 맨 꼭대기를 탈환했다. 아드리아노(서울)와 이동국(전북·이상 13골)의 추격을 뿌리치고 클래식 32경기에서 14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신욱은 10월 A매치 발탁에 가장 유력한 K리거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외면했다. 29일 발표된 쿠웨이트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10월 8일),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10월 13일)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 명단에 김신욱은 없었다.

K리그 득점 1위가 왜 A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것일까. 우선 FA컵 일정에 발목이 잡혔다. FA컵 4강전은 다음달 14일 펼쳐진다. 13일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 다음 날이다. 김신욱이 속한 울산은 안방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충돌한다. 24일 FA컵 4강 팀(울산, 서울, 인천, 전남) 실무자들은 10월 A매치 대표 선수 차출에 대한 일정 변경을 논의했다. 팀 내 주전이자 대표 선수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권고하는 선수 보호 규정에 따라 선수들은 A매치 풀타임 소화 이후 48시간 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때문에 김신욱이 자메이카전을 뛰게되면 사실상 FA컵 4강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일정 조정을 강력하게 반대한 구단도 있었다. FA컵 4강은 일정대로 치러지게 됐다. 단, 조건이 있었다. 4강 팀은 축구협회 측에 소속 팀 선수들에 대한 10월 A매치 발탁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FA컵 4강 무대에 진출한 4팀 중 최근 슈틸리케호 최종 명단에 자주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대부분 울산에 포진돼 있다. 골키퍼 김승규를 비롯해 수비수 정동호와 임창우다. 이들은 소속 팀에서도 주전 멤버로 뛰어야 할 선수들이다. 이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FA컵 4강전이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도 K리그 팀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골키퍼 김승규를 제외하고 정동호와 임창우는 호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임창우는 최근 경기를 뛰지 못해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올 시즌 기복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김창수를 합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신욱은 제외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면에는 '경쟁'이라는 키워드도 숨어있다. 김신욱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단 한 차례 태극마크를 달았다. 8월 동아시안컵 때였다. 중국전과 북한전에선 각각 6분과 2분 출전에 그쳤지만, 일본전에선 90분을 모두 뛰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9월 A매치에서도 석현준(비토리아)과 황의조(성남)에게 밀린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 이번 예비명단 스트라이커 부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과의 경쟁에서 앞서지 못했다는 점도 김신욱이 처한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에선 김신욱이냐, 지동원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동원을 한번 더 불러 점검을 가까이서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동원의 출전 시간이 늘었다는 부분도 선발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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