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 못하는 전남,안타까운 6강 '뒷심부족'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9-22 07:47



여름내 리그 3위를 질주했던 전남 드래곤즈의 시련이다. 전남의 간절한 6강행 명운은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의 발끝에 달렸다. '자력 6강'은 불가능하다.

승점 48을 찍은 4위 성남, 5위 서울이 상위 스플릿 안정권을 확보한 가운데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놓고 인천(승점 45), 전남(승점 42), 제주(승점 40)가 피말리는 전쟁중이다. '늑대축구' 인천이 가장 유리하다. 인천은 울산과의 홈경기, '최하위' 대전 원정 등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전남은 '강호' 수원, 서울전을 앞뒀다. 인천이 6강행에 필요한 승점은 단 3점, 23일 32라운드에서 인천이 울산을 이기고 '승점 48' 고지를 밟는 순간, 인천의 상위리그행은 사실상 확정된다. 설령 울산에게 진다고 해도 대전에게 승리하면 된다. 승점 42의 전남의 일정은 험난하다. 수원, 서울과의 남은 2경기에서 전승해야 승점 48을 확보할 수 있다. 똑같이 승점 48일 경우, 득실차에서 앞서 있는 인천이 유리하다. 전남이 6강에 진출할 '경우의 수'는 수원, 서울을 상대로 2연승한 후(승점 48) 인천이 무승(2패, 1무1패, 2무)하거나, '1승1무(승점 46)'한 후 인천의 2연패 '요행'을 바라야 한다. 어쨌든 전남은 무조건 수원을 이긴 후 인천의 결과를 살펴야 한다. '견우회 절친' 70년생 동갑내기 김도훈 인천 감독과 노상래 전남 감독의 얄궂은 운명이다.

실낱같은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된 전남의 '뒷심 부족'이 안타깝다. 3위로 2라운드를 마무리했지만 8월 1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8경기에서 승점 5점(5무3패)을 쌓는 데 그쳤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라이벌 팀들이 맹렬한 기세로 승점 사냥을 펼치는 새 전남은 주춤했다. 거침없는 라이벌들의 기세에 눌렸다. 역전을 허용했다. 30라운드 대전전 무승부(1대1 무)는 결정적이었다. 후반 48분, 이지민의 문전쇄도 직후 페널티킥을 불지 않은 판정은 아쉬웠지만, 전남의 대전전 전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31라운드 울산전에선 2골을 먼저 몰아친 후 3골을 허용했다. 전반 초반 스테보, 이종호를 앞세운 공격력의 우세를 지키지 못했다.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올시즌 전남이 2골을 먼저 넣고 패한 적은 처음이다. 이날 서울, 인천, 성남 등 6강 경쟁팀들이 모두 승점 3점을 꿰찼고, 전남은 가장 중요한 경기를 놓쳤다. 뼈아픈 역전패였다. 특유의 응집력이 사라졌다. 불과 한달전, 3위 경쟁을 하던 전남이 '6위 전쟁'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지난 시즌에도 전남은 스플릿리그의 틈바구니속에 고전했다. 그러나 너나할 것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몸 던지는 투혼,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한끗차로 하위리그행이 결정됐지만 오히려 팬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올시즌 노상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전남은 승승장구했다. 소리없이 강한 '노상래 축구'는 리그의 '현상'으로 회자됐다. 강팀을 상대로 끈끈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안방불패'를 자랑했다. 전남의 해묵은 징크스를 잇달아 깨뜨렸다. FA컵 4강 무대도 밟았다. 스테보, 오르샤, 이종호, 안용우의 공격라인은 '전남 F4'로 불리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스테보가 10골, 오르샤가 9골, 이종호가 8골을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레전드' 김병지의 700경기 역시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노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최고의 시즌이었기에, 막판 부진은 더욱 아쉽다.

찬바람이 불면서 포스코 그룹의 내년 시즌 예산 삭감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았다. 9월 들어 '수원 주장' 염기훈의 2018년까지 재계약 발표, '전북 레전드' 이동국의 2년 재계약설이 흘러나오며, 전남의 오르샤, 스테보 등 핵심 선수들과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중고참 선수들의 재계약 성사 여부도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전남 수장인 박세연 사장은 선수단을 향한 강한 믿음을 표했다. "선수들에 대한 우리 구단의 믿음은 굳건하다. 노상래 감독은 물론 한시즌 동안 고생한 선수들과 함께 가고자 하는 뜻을 분명히 표했다. 오르샤, 스테보 등 노 감독이 원하는 핵심선수들에 대해서는 함께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내 입으로 내년 예산에 대해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도 없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올시즌 예산은 당연히 예정대로 집행되고 있고, 내년에도 어떻게 하면 프로구단으로서 마케팅 역량을 발휘해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화룡점정', 용의 눈동자를 찍어야 할 순간, 전남이 흔들리고 있다. 사상 첫 상위리그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팀 성적은 프로선수 개인의 영광과도 직결된다. 몰릴 대로 몰렸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2년 연속, 아쉬운 6강 탈락은 또다른 징크스로 고착화될 수 있다. 선수들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울산전 역전패 후 전남 선수들은 이렇게 말했다. "전남의 팀 스피릿으로 이겨내겠다." "마지막 1%의 확률이라도 있는 한, 끝까지 해보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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