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두리' 차두리 꿈을 이루다, 슈퍼매치에서 폭풍 골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9-19 16:59


2015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 3차전이 19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FC서울의 아드리아노가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19/

"김남춘 오스마르 몰리나는 골을 넣을 것 같은 데, 차두리는 아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전망이 비켜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35·서울)가 슈퍼매치에서 골을 터트렸다. 차두리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전반 42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연제민의 로빙 패스 미스를 가로채 20m를 질주한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공교롭게도 수원은 아버지 차범근 감독이 지휘했던 팀이다. 그는 골을 터트린 후 수원 팬들을 조롱하는 세리머니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차두리의 K리그 2호골이다. 그는 7월 11일 포항전에서 K리그 1호골을 쏘아올렸다. K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차두리는 올초 "매년 1골씩은 넣었다. 서울에 오고나서 유독 골이 안 들어가더라. 골대를 맞고 나오기도 하고…. 그래도 끝나기 전에 1골을 넣고 싶은 심정"이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마침내 골 맛을 봤지만 웃을 수 없었다. 팀의 1대3 패배로 빛이 바랬다.

서울은 차두리의 만점활약을 앞세워 수원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올 시즌 슈퍼매치의 악몽을 털어냈다. 서울은 4월 18일 수원과의 첫 만남에서 1대5로 대패했다. 6월 27일 안방에서 열린 두 번째 대결에선 설욕을 벼렀지만 득점없이 비겼다.

차두리는 슈퍼매치의 사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K리그 인생은 슈퍼매치와 함께 시작됐다. 2013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에 둥지를 든 그는 슈퍼매치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2013년 4월 14일이었다. 차두리가 서울에 둥지를 튼 후 슈퍼매치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수원에 밀리던 서울은 2013년과 2014년 5승1무2패로 슈퍼매치를 지배했다. 1대5 대패에도 사연이 있다. 차두리는 그 날 1-1 상황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차두리가 나간 후 서울은 후반 내리 4골을 허용했다. 올 시즌 1무1패의 아쉬움도 골로 한풀이를 했다.

골 뿐이 아니었다. 대기록을 앞둔 염기훈(수원)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통산 67도움을 기록 중인 염기훈은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K리그 최다 도움인 68개에 한 개 모자란다. 슈퍼매치에서 대기록 달성에 도전했지만 차두리에게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차두리는 슈퍼매치를 앞두고 "기훈이하고는 경기를 많이 해봐서 서로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둘다 경험이 있어 상대를 대처하는 방법을 다 알고 있다"며 "기훈이가 세울 기록하고 나하고는 무관하다. 기훈이가 기록을 세우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이번 경기는 개인은 물론 팀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기는 게 최상의 결과다. 물론 이기는 과정에서 기훈이가 어시스트하면 경기 끝나고 축하는 해줄 것"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차두리도 "우린 한 경기, 한 경기에 어마어마한게 달려있다. 전술,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 팬들도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화끈한 공격 축구는 장담 못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과가 됐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활발한 오버래핑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오른쪽에 차두리가 있었다. 만점활약이었고, 차두리의 날이었다. 그의 주장 완장은 이날 최고의 빛을 토해냈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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