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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원정은 지난 22년간 한국 축구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것은 199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졌던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예선이었다. 당시 하석주(현 아주대 감독)의 결승골로 1대0 신승을 거뒀다.
우선 선수들은 시차와 싸워야 했다. 레바논은 아시아에 속해있지만 유럽 접경지역이다. 지중해 연안의 이스라엘, 터키 등 유럽과 가까운 6시간차가 난다. 때문에 대표팀은 시차를 고려해 보통 경기가 열리기 4~5일 전에 레바논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갖는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열악한 잔디 상태였다. 잔디 속에는 심지어 담배 꽁초까지 섞여 있었다.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레바논 원정 때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던 정성룡(수원)은 "당시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다. 필드 플레이어들이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2013년 레바논 원정멤버에 포함됐던 이근호(전북)도 "잔디가 정말 좋지 않았다. 원활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돼 롱볼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장 규모도 선수들의 집중력을 방해했다. 한국은 2011년과 2013년 나란히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펼쳤다.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4만명의 관중이 들어찰 수 있는 큰 경기장이다. 이근호와 정성룡은 "경기장이 너무 커 산만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 결전의 장소는 베이루트에서 40km가 떨어진 제3의 도시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이다. 경기장은 변했지만, 환경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은 2만2000명을 수용,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 절반 수준이지만 전형적인 종합경기장이라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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