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 앞둔 제주, 위기와 기회 사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29 15:39 | 최종수정 2015-06-30 07:44


인천축구전용경기장/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 vs 제주유나이티드/ 제주 조성환 감독 / 사진 이연수

제주에게 서울은 아픔이다.

지긋지긋한 악연을 갖고 있다. 2008년 8월 27일 1대2로 패한 뒤 무려 22경기(8무14패) 연속으로 승리가 없다. 2010년 준우승의 아픔도 서울이 안겼다. 올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경훈 전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이겨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을 정도다. 조성환 감독 역시 취임일성으로 서울전 승리를 강조했다. 4월4일 시즌 첫 서울전을 맞이했다. 원정길에서 아쉽게 0대1로 패했다. 박주영의 K리그 복귀전이기도 했던 이날 경기에서 내용면에서는 서울에 앞섰지만, 마지막 순간 실수 한번에 무너졌다. '서울징크스'를 다시 한번 되뇌였다. 조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 두번째 서울전이 다가왔다. 제주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를 치른다. 제주는 27일 부산전에서 감격의 클래식 첫 원정 승리(3대1)를 거뒀다. 24일 대전 코레일과의 FA컵 16강 원정경기(2대1) 승리 후 2연승이다. 제주는 원정징크스 탈출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21일 대전전을 시작으로 원정 3연전을 치른 제주는 9일간 '육지'에 머물렀다. 비용만 해도 5000만원 이상이 들었다. 다행히 결과를 얻었다. 대전전(2대2 무)에서 종료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비겼지만 3경기에서 2승1무를 거뒀다. 그 전까지 원정에서 2무6패로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과인 셈이다.

원정 3연전을 치르면서도 조 감독은 머릿속에서 서울전을 지우지 않았다. 원정 승리를 얻은 자신감으로 서울까지 꺾을 경우 상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부산전에서 모든 게 틀어졌다. 중원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과 그의 파트너 허범산이 경고누적으로 서울전에 나설 수 없다. 올시즌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는 윤빛가람의 경고누적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조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고 핵심 선수들의 경고 관리를 주문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수비의 핵' 알렉스도 인대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은 제주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까랑가, 배기종, 진대성 등 공격자원 역시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100% 전력으로도 쉽지 않은 서울전에 차, 포를 떼고 맞서야 한다.

하지만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 감독은 부산전을 통해 그동안 준비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알렉스와 이 용 등 수비자원의 부상 이탈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경기 초반 다소 흔들리기는 했지만 오반석 양준아 강준우가 버틴 스리백은 시간이 지날 수록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김상원 김봉래, 좌우 윙백의 활약도 빛났다. 두 선수는 나란히 부산전에서 골맛을 봤다. 포백 포진시 수비력에 문제를 보인 김상원과 김봉래는 스리백의 좌우 윙백에서 장기인 공격 재능을 과시했다. 최근 수비가 흔들렸던 제주는 스리백 카드로 서울의 박주영 정조국을 상대할 생각이다. 위기 속에 꺼낸 스리백이 서울을 잡는 기회의 전술이 될지. 제주의 서울징크스 타파의 핵심 열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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