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년이 지났다.
브라질에서 눈물을 흘린 한국 축구가 다시 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장도가 시작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뒤 침체기를 걸었던 한국 축구는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으로 반전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러시아로 가는 길'은 설욕의 다짐과 도전의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1년전 울음을 생각하며 첫 경기부터 최선 다하겠다." 8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레버쿠젠)은 자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첫 월드컵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2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가 낳은 '차세대 월드클래스'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뿌린 것은 웃음이 아닌 눈물이었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선수들이나 팬들이 많이 기대를 하는 대회다. 하지만 아직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게 확실하지 않다. 1년 전에 운 것을 생각하면 첫 경기부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브라질월드컵 뒤 비난의 중심에 섰던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따가운 시선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정성룡은 "비난도 팬들의 바람이 있었기에 나온 것이다. 감수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며 "중요한 시작이다. 다른 소집 때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등극한 이정협(상주) 역시 "기존 대표팀은 잊고 새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전에 나선 새내기들의 출사표도 남달랐다. 생애 첫 A대표팀에 소집된 최보경(전북)은 "파주에 오니 이제야 (대표선수라는) 실감이 난다. 지금 심장이 너무 떨린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라고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팬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궂은 일을 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님은 그런 나를 봐주셨고 이 자리에 불러줬다. 그라운드에서 대표 선수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장 상의-반바지의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끼'를 한껏 드러낸 강수일(제주) 역시 "새 옷을 입고 새 신을 신고 나갈 때의 느낌으로 편안하게 입었다. 파주는 처음 방문한다. 새롭고 즐겁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년 4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은 "나이가 있으니 다음 월드컵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협과 경쟁이 점쳐지고 있는 이용재(나가사키)는 "(이)정협이가 전형적인 원톱이라면, 나는 2선에서 기회를 노리는 스타일이다. 내 장점을 잘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호는 이날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얀마전(16일·태국 방콕)에 앞서 치르는 아랍에미리트(UAE)전(11일·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와의 평가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UAE전이 흥미롭고 중요한 승부가 될 것이다. 이 경기를 통해 발을 잘 맞춰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인 미얀마전을 잘 준비할 것이다." UAE전은 '옥석 가리기'다. 슈틸리케호의 신구전쟁이 시작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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