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식 대전 감독의 혹독했던, 하지만 가능성 본 데뷔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03 21: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물론 가능성도 보였다.

최문식 대전 감독이 데뷔전에서 쓴 맛을 봤다. 대전은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1대2로 패했다. 최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 앞에 서서 열정적으로 경기를 지휘했지만, 수원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 감독이 강조한 정신력에서는 분명 이전 경기들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조직적으로도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대전의 상징인 자줏빛 자켓과 넥타이로 멋을 낸 최 감독은 경기 전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데뷔전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담담하다. 물론 이왕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최 감독은 부임 후 2일 밖에 훈련을 하지 못했다.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반전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2군에서 뛰던 이정근 김창현의 선발 기용과 아드리아노의 주장 기용이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였다. 최 감독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서 2군에서 선수를 찾아야 했다. 이정근과 김창현이 눈에 들어온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드리아노에 대해서는 "주장 시켜주면 3골 넣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완장을 줬다. 아드리아노에게는 '제발 한번만이라도 뛰어라'고 부탁했다. 1차 저지선이 부실하니 2차, 3차로 연쇄 작용이 생겼다. 약속을 한만큼 달라진 아드리아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이 강조한 것은 정신력이었다. 그는 "처음 대전에 와서 놀란 것은 선수들이 꼭 도시락만 들고 학교 다니는 학생 같았다.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태도나 습관, 준비가 전혀 안돼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신이 없으면 전술도 없다. 기량도 부족한데 하고자 하는게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기본적으로 정신이 살아야 한다. 한순간의 전술변화는 힘들다. 질때 지더라도 박진감있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대전 축구의 방향성을 전달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대전 선수들은 최 감독이 강조한데로 과감한 압박과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최 감독의 1년 선배이자 대표팀 룸메이트였던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리그 2위 수원을 상대하기에는 모든 점에서 밀렸다. 수원은 부상에서 돌아온 두 선수가 나란히 골을 기록했다. 전반 24분 염기훈의 페널티킥으로 앞서나갔다. 염기훈은 K리그 통산 8번째로 50-50클럽의 주인공이 됐다. 36분에는 최재수의 패스를 받아 산토스가 추가골을 넣었다. 전반 초반 맹렬한 투지를 보여준 대전은 이후 잦은 패스미스로 무너졌다.

후반 들어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3골을 약속한 아드리아노가 24분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후 과감한 공격으로 수원을 압박했다. 최 감독은 좋은 장면을 만들때마다 박수로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최문식식 기술축구가 자리를 잡는다면 분명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 감독은 "대전은 점점 바뀌어 갈 것이고, 자신 있다"며 "스쿼드가 보강되는 7월 중순경 새로운 팀의 정신과 색깔,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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