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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찾아오는 지구촌 대제전인 월드컵, 그 서막은 6개월 전 열리는 조추첨이다. 조추첨의 주연은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이다. 사회자인 사무총장의 입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블래터 회장은 분명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돈 앞에 장사는 없었다. FIFA 회장은 1년에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의 예산을 주무른다. 줄을 서는 순간 '당근'이 주어진다. 한 번 잡은 왕좌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정적들이 있었다. 관용은 없었다. 블래터 회장과 함께 초기에 호흡을 맞춘 미셀 장 루피넨 전 FIFA 사무총장을 필두로 요한슨 회장,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 회장 등이 차례로 국제 축구계에서 사라졌다. 이삭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의 경우 2002년 반대편에 섰지만 다시 블래터 회장과 손을 잡은 몇 안되는 케이스다. 오랫동안 블래터 회장의 반대편에 섰던 정몽준 전 FIFA 부회장도 2011년 5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결국 견고했던 둑이 허물어졌다. '아름다운 용퇴'를 했으면 하는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FIFA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미국 연방 검찰이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판단되는 블래터 회장을 향해 달려갔다. 어느덧 최측근까지 도달했다. 미 검찰은 블래터 회장의 '오른팔'인 제롬 발케 현 FIFA 사무총장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달러(약 111억6300만원)를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케 사무총장은 기소대상 14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1000만달러 송금을 승인한 FIFA의 고위 임원을 발케 총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캐나다 여자월드컵이 한국시각으로 7일 개막된다. 발케 사무총장은 당연히 참석해 전체적인 대회 상황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캐나다는 미국과 지근거리에 있다. 최악의 경우 '세계의 경찰'로 자처하고 있는 미국의 수사망에 걸려들 수도 있다. 발케 사무총장은 불참키로 했다. FIFA의 설명은 "스위스 취리히에 남아 본부의 업무를 다룬다"는 것이다. 옹색한 변명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발케 사무총장은 한때 FIFA 윤리 규정을 위반해 해고된 적이 있지만 블래터 회장이 복권시켰다. 회장과 사무총장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운명이었다. 블래터 회장은 끝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패 스캔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FIFA의 흑역사는 '마피아'라는 단어로 대변된다. 추잡한 스캔들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대한축구협회도 작금의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할 때다. 정몽준 회장 시절부터 축구협회는 블래터 회장과는 '긴장 관계'였다.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곪은 상처는 결국 터졌다. 2015년 6월, 블래터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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