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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정식이 1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렸다. 전가을이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달 7일 개막하는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윤덕여 호는 내달 10일 브라질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코스타리카, 18일에는 스페인과 맞붙는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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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가는 일이 외로웠던 것 같다."
1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캐나다월드컵 출정식 현장에서 '테크니션' 전가을(현대제철)이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목이 꽉 멘 채로 말을 이어갔다. "이 눈물이 헛되지 않게 월드컵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 아버지 같은 축구인들의 눈가에, 이들의 땀을 아는 팬들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전가을은 출정식 후 "원래 잘 우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렇게 월드컵 출정식을 열어주고,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처음이라 감정적으로 울컥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메시'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역시 "우리 22명 선수 모두 (전)가을 언니와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더 알아야 한다.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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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정식이 1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렸다. 인터뷰를 하던 지소연이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내달 7일 개막하는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윤덕여 호는 내달 10일 브라질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코스타리카, 18일에는 스페인과 맞붙는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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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정식이 1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렸다. 선수들이 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내달 7일 개막하는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윤덕여 호는 내달 10일 브라질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코스타리카, 18일에는 스페인과 맞붙는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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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하나, 두 다리만 믿고 그라운드에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이날 생애 첫 '월드컵 출정식'을 앞두고 선수들은 분주했다. '등장할 때 어떤 포즈를 취할까' '각오는 뭐라고 말할까'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다.
12년만의 캐나다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여자축구 대표팀은 난생 처음 경험한 것이 참 많다. 남자선수들에게 당연한 것이 여자선수들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러시아와의 2연전은 17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첫 A매치 평가전이었다. 가슴선에 다트가 들어가고, 허리가 쏙 들어간 몸에 붙는 '예쁜' 여성용 유니폼을 지급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지껏 대표팀에 들어오면 늘 남자용 유니폼 스몰(S), 미디엄(M) 사이즈를 빌려 입었다. 캐나다월드컵 현장에서 입을 '화이트 수트' 단복도 처음이었다. 순백의 단복을 맞춰입은 그녀들의 미소는 빛났다. 무엇보다 팬들과 함께하는 출정식은 처음이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출정식 현장을 목도했던 여자선수들은 "우리도 출정식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었다. 꿈이 이뤄졌다.
사실 이날 출정식은 단출했다. 축구계 인사, 취재진, 선수 가족, 여자축구 팬들을 위한 200여 석이 마련됐다. 100여 명의 축구팬들이 초청됐지만, 빈자리가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취재진과 축구관계자들을 합친 수가 팬들보다 많았다. 월요일 오후 5시라는 시간은 일방적이었다. 여자축구 팬들이 집결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협회 관계자는 "장소 예약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수업을 빼먹고 달려온 여고생 팬, 회사 업무를 미루고 몰래 달려온 열혈 직장인 팬들이 현장을 함께했다. 선수별로 1장씩 주어진 가족석 역시 빈자리가 많았다. 지방에 살거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부모님들은 딸들의 출정식을 함께하지 못한 채 마음으로 응원했다.
심지어 이날은 여자실업축구 WK리그 13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월요일이었다. 서울시청-부산상무전(4대1 승)에선 최미래가 2골을 넣었다. 수원시설공단과 인천현대제철전에서 주전들을 대거 윤덕여호에 내준 현대제철이 따이스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대3으로 승리했다. 여자축구 출정식이 열리던 시각, 그들만의 리그를 치렀다. 또 다른 '소외'였다. WK리그 팬과 각 구단 프런트들은 출정식에 올 수 없었다. 원정 응원 때문에 이날 출정식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한 축구팬은 "리그가 대표팀의 근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 WK리그 경기가 열리는 월요일 오후 5시에 출정식을 잡은 것은 팬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 여자축구 팬들도 올 수 없고, 일반인들도 근무중이라 오기 힘든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능곡고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지난 토요일, 파주NFC를 오픈 트레이닝데이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출정식을 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더 많은 여자축구 팬들이 함께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여자축구 선수들은 사실 '더 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 출정식 자리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이다. 작은 배려에도, 작은 마음에도 크게 감동하고 많이 감사하는 선수들은 '더 이상'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절대 을(乙)'이다. 파주NFC를 남자대표팀에게 내주고 호텔로 밀려나도, 남자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만 비즈니스석을 타도 말없이 받아들일 뿐이다. 서럽고 외롭고 아쉬워도 모두가 '내탓이오'다. 기자들이 처우의 문제점을 이야기할라 치면 이구동성 "우리가 더 잘해야죠"라고 씩씩하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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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정식이 1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윤덕여 감독, 코칭스탭과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달 7일 개막하는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윤덕여 호는 내달 10일 브라질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코스타리카, 18일에는 스페인과 맞붙는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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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정식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한국 여자축구는 짧은 역사, 얕은 저변에도 만만치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를 비롯, 2010년 17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FIFA주관 대회에서 최초의 우승컵을 안겨준 것도 여자축구"라고 했다. 지소연 박은선 전가을 등 여자축구 대표팀의 에이스들은 이미 '월드클래스'다. '얼마나 더 잘해야' '얼마나 더 외로워야' 세상이 바뀔까. 일본, 중국…, 세계 어느 나라 월드컵 출정식에서 선수들이 절절한 눈물을 쏟을까.
여자축구가 가장 빛났던 2010년 협회는 남자성인대표팀에 105억원, 남자올림픽대표팀에 11억원, 여자성인대표팀에 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듬해인 2011년엔 남자국가대표팀에 110억원, 남자올림픽대표팀에 20억원, 여자국가대표팀에 8억원을 투자했다.
'여자축구가 돈이 되지 않고, 여자축구 시장이 좁고, 여자축구는 인기가 없다. 그래서 투자할 수 없다'는 말은 '잔혹한 진실'이다. 한국 최초로 구기종목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태릉선수 촌장 출신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캐나다월드컵 출정식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주장한다. 여자축구에 남자축구 예산의 10분의 1만 지속적으로 투자해도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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