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시' 이승우, 월반 테스트 성적표는?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5-03 20:33


2015 수원 JS컵 U-18 국제청소년 축구대회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프리킥때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7세 이하 대표인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 A)는 지난 15일간 18세 이하 대표팀에 속했다. '월반'한 케이스다. 뛸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19조(18세 미만 선수의 해외이적 금지) 위반의 덫에 걸렸다. 만 18세가 되는 2016년 1월6일까지 FIFA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단,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출전이 금지된 것일 뿐이다. 대표팀 출전은 상관없었다.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이승우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0월 칠레에서 펼쳐질 17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이승우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18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했다. 바르셀로나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차출을 허용했다.

한국 축구 팬들은 보름간 '이승우 신드롬'에 열광했다. 인기는 거의 아이돌 가수 그룹 수준이었다. 수원JS컵에서 1m63의 작은 거인이 자신보다 20㎝ 이상 큰 선수들과 대등하게 플레이하는 것에 환호했다. 특히 공을 잡고 상대 선수 1~2명 정도는 가볍게 제치고 20~30m를 폭풍같이 질주하는 모습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와 출중한 개인기를 갖춘 공격수의 탄생을 오랜 만에 눈으로 지켜본 팬들은 설렐 수밖에 없었다. 분명 공격 파괴력은 'A급'이었다. 우려했던 피지컬적인 면은 기술적으로 뛰어넘었다. 한계를 드러낸 장면도 적잖았지만, 경쟁력있는 장면도 여러차례 연출했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에 아쉬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승우는 지난달 20일 첫 훈련을 마친 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안익수 감독의 철학에 맞추겠다는 의지였다. 그의 공략이 지켜졌을까. 지난 수원JS컵 3경기에서 이승우의 조직적인 플레이는 최하수준이었다. 조직력은 이승우가 18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손날두' 손흥민(23·레버쿠젠)이 약점으로 평가되던 조직력 부재의 오명을 털고 '손흥민 시대'를 연 것처럼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다. 이승우에게 가장 필요했던 부분은 고립 탈피였다. 자신이 원톱에 서면 제로톱이 가동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공격수들과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를 이뤄야 했다. 그러나 이승우는 공격 시 '섬'일 때가 많았다. 조직력을 통해 충분히 고립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2차전에선 희망을 보였다. 포지션 이동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교란했다. 그러나 3일 벌어진 3차전에선 실망스런 플레이가 이어졌다. 바르셀로나 후베닐 A에서 한솥밥을 먹는 백승호(18)와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성인 선수들 못지 않은 피지컬을 갖춘 프랑스 선수들에게 휩싸여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전반 중반부터 미드필드로 내려와 공격 연계 플레이를 펼쳤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강지훈(용인대)과 교체 아웃됐다. 45분은 이번 대회 가장 짧은 출전 시간이었다.

이승우는 아직 17세다. 젊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말도 된다. 월반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수원=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5 수원 JS컵 U-18 국제청소년 축구대회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승우가 패스를 기다리며 동료에게 손짓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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