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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주전은 없다."
칼을 빼든 황선홍 포항 감독의 단호한 한 마디였다.
이날 황 감독은 시즌 첫 연패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하게 전술 변화를 택했다. 황 감독은 티아고와 문창진을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 동안 원톱으로 선발 출전하던 세르비아 출신 라자르를 이날 아예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왼쪽 측면을 책임졌던 공격수 고무열도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원톱이 사라진 공격진은 이날 제로톱으로 운영됐다. 결과적으로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포항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연패 탈출과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했다. 경기가 끝난 뒤 황 감독은 "일단 연패였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잘 해줬다. 반전의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로톱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동계훈련부터 원톱만 훈련했다. 후반 실점 장면이 아쉽긴 하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무한 경쟁은 올 시즌 포항의 또 다른 힘이 될 전망이다. 황 감독은 "정해진 주전은 없다. 상대에 따라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나설 것이다. 공격 쪽에선 경쟁이 불가피하다. 문창진 이광혁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선제골이자 시즌 첫 골을 넣은 문창진에 대해서는 "올 시즌 연령별 대표팀 때문에 동계훈련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십에서 2득점을 하고 와서 주의깊게 보고 있다. 지금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발로 내야 한다. 긍정적"이라고 했다.
원톱 전술을 아예 버린게 아니다. 황 감독은 "1년에 40경기 이상을 한다. 원톱이 필요한 경기도 있고, 상황에 따라 투톱을 둘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할 생각이다. 다 필요한 선수들이다. 앞으로 활용할 때가 되면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항은 4골을 폭발시켰다. 역시 젊은 선수들의 활동량과 결정력이 다득점의 원동력이었다. 황 감독도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고 중원을 장악했던 것이 주효했다. 상대가 부담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정력이 좋아졌다. 그러나 손준호나 김승대 말고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어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